이번 주,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선생님의 책이 사재기 대상이 되었고, 이를 안 선생님께서 분노한 끝에 작품의 절판을 선언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사재기라는 참으로 독특한 행동은 세계 역사상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유래가 없는 짓거리입니다. 자기 제품을 자기가 사다니!
그렇다면 왜 출판사들은 자기가 출간한 책을 다시 사는 걸까요? 사실 이런 질문은 할 필요도 없습니다. "출판도 장사야. 그러니 팔리지 않으면 망하는 게 당연하고, 많이 파는 자가 성공한 출판인이지. 많이 팔기 위해서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이용해 독자들의 판단을 현혹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하는 사고가 출판계를 주도하면서 발생한 당연한 시장 논리니까요.
그런 까닭에 저는 오래 전부터 베스트셀러 목록 발표를 하지 말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제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는 분은 안 계셨습니다. "저 자식은 베스트셀러 못 만드니까 괜히 배가 아파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주장만 해."
그렇다면 많이 팔리는 책은 정말 뛰어난 책일까요? 이야말로 개그입니다. 책만큼 팔리는 양과 질 사이에 상관관계가 약한 제품도 없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선생님!
사실 저보다 훨씬 오랜 기간 출판계와 동고동락을 해 오신 선생님께 이런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결례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선생님께 여쭙고 싶은 질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작품을 출판할 때 출판사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십니까?"
사실 대한민국 출판계는 그 판이 워낙 좁아서 선생님 정도로 발이 넓으신 분이라면 저보다 더 속속들이 출판계의 밝고 어두운 부분을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혹시나 "잘 파는 출판사"나 "인세, 즉 돈을 많이 주는 출판사"를 선정하시지는 않겠지. 적어도 문화를 고민하고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참된 작가이시니 "철학을 갖춘 출판사", "베스트셀러보다는 참된 한 분의 독자를 하늘로 받드는 출판사"를 선정하겠지, 하고 저 혼자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선생님께서 어쩌다가 작가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작품을 절판시키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맞이하게 되셨는지 한없이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사태는 사실 한 출판사, 한 작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껏 출판계에서 공공연히 나돌던 이야기가 전 대한민국으로 퍼져나가면서 모든 출판인이 '사기꾼 집단'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분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시민, 어떤 독자가 수많은 출판사의 현실과 철학, 도덕성을 세밀히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이제 공은 출판계와 작가, 그리고 출판 관계자들에게 넘어왔습니다. 우리가 또다시 책의 내용보다는 팔리는 권수에 의미를 부여하고, 책 속의 사상 대신 팔려나가는 속도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 이런 비극은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대한민국 문단을 대표하는 선생님께서 다시 한 번 숙고해 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나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출판사를 선택해 왔던가? 과연 내 잘못은 없었던 것인가?"
그리고 저 또한 반성할 것입니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책을 출간해 왔던가? 과연 나는 눈에 보이는 가치만을 추구하며 출판인이라는 문화의 가면 뒤에서 천박한 짓을 일삼지는 않았던가?"
로부터 시작해 선생님 글에서 참으로 많은 위로와 깨달음을 얻은 저로서는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신 후 더 나은 작품으로 다시 뵙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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