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게 죄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당신 몸에는 죄를 짓는 겁니다'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뚱뚱하면 당뇨, 고지혈증 등 비만으로 오는 직접적인 부작용은 물론 당뇨병 치료제, 진통제 등 약발도 잘 받지 않는다.
비만한 사람들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 DPP-4 억제제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팀의 논문이 당뇨병 국제학술지 4월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2형 당뇨병(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는 병,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전혀 생산 못함) 환자 1만8,328명을 대상으로 한 55개의 관련 임상연구를 재분석했다.
연구진은 우선 전체 연구들을 동양인이 연구 대상자의 50% 이상인 연구집단(동양인 집단)과 50% 미만인 연구집단(비동양인 집단)으로 나눴다. 동양인 집단의 체질량 지수는 23.8~28.4㎏/㎡, 비동양인 집단은 28.3~33.3㎏/㎡였다. 두 집단의 비교결과 비만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양인 집단은 당화혈색소가 0.92% 감소한 반면, 비동양인은 0.65% 줄어드는 데 그쳐 29%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또 체질량 지수가 낮을수록 당화혈색소의 감소폭이 더 큰 것을 확인했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를 1%만 줄여도 당뇨로 인한 사망률을 21% 감소시킬 뿐 아니라 심근경색 발생을 14%, 백내장 19%, 말초혈관 질환을 43% 줄인다"고 말했다.
비만은 고혈압 치료제의 효과도 떨어뜨린다. 캐나다 토론토대 비네트 반 박사팀이 고혈압 환자 7,357명을 비만, 과체중, 정상체중 등 세 군으로 나눠 치료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혈압 목표치 달성률이 정상체중군은 52%, 과체중군 47%, 비만군 34%로 나타났다. 같은 치료제를 복용해도 뚱뚱할수록 혈압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만하면 독감 백신도 듣지 않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비만 쥐와 정상 체중의 쥐에게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더니 비만 쥐는 모두 사망한 반면 정상 체중의 쥐는 15%만 죽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명공학연구원은 다만,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운동을 할 경우 호흡이 빨라지고 식은 땀이 나면서 혼수 상태에 빠지는 저혈당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고혈압 환자는 갑자기 힘을 쓰는 무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질량 지수(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이면 비만이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하루 30분 매주 3회 이상 걷기,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운동은 세포 안에서 인슐린이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태워 혈당을 낮추고, 혈관을 탄력 있게 해 혈압을 낮춘다. 유산소 운동은 만성질환자에게 약만큼 필수적인 치료법이라는 얘기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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