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를 진보적 시각으로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논란에 대해 제작사인 민족문제연구소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단체들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변호인단을 꾸려 이승만기념재단 등의 고소에 정면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백년전쟁' 비판에 대한 반박 자료를 제시해 이승만의 헌신과 노력으로 남녀공학 기숙학교인 한인기독학원이 탄생했다는 보수단체 주장과 달리 이승만은 당시 국민회를 장악한 후 회계보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아 비난 받았다고 밝혔다.
또 이승만이 독립운동과 관련해 투옥돼 손가락 살점이 뜯기고 뼈가 드러나는 고문을 받았고 7개월 동안 칼을 쓴 채 지냈다는 주장에 대해 이승만이 고문후유증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하와이 동포들의 증언이 많으며 투옥 역시 독립운동이라기 보다는 독립협회 활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년전쟁'에 등장하는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가 멋대로 편집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전체 맥락이 이승만을 권력욕이 강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이승만연구소가 이승만을 옹호하기 위해 최근 제작한 다큐멘터리 '생명의 길'에 대한 반박 영상물도 제작 중이며 이승만기념재단 등이 제기한 소송에도 민변 중심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백년전쟁' 논란은)법의 판결이 아닌 학계가 차분히 논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보수단체에 공개 심포지엄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국역사연구회, 역사학연구소, 전국역사교사모임,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6개 진보학술단체가 '백년전쟁' 고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서도 발표했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은 "백년전쟁 인터뷰에 응한 학자들에게 폭력적인 언사, 비난이 나오고 있다"며 "이승만에 대한 비판을 대한민국 정체성 부정이라고 몰아가는 일부 움직임을 심각하게 주시한다"고 말했다.
'백년전쟁'은 이승만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한국현대사를 진보적 시각으로 조명한 10부작 다큐멘터리다. 지금까지 발표된 '이승만 두 개의 얼굴' '프레이저 보고서' 두 편을 350만명 이상이 시청하는 등 큰 반향이 일자, 보수단체가 반박 동영상을 내놓은 데 이어 이승만기념재단 등이 다큐 감독과 민족문제연구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이념 대결을 빚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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