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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였던 나를 도와준 이대… 그동안 진 빚 갚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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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였던 나를 도와준 이대… 그동안 진 빚 갚아야죠"

입력
2013.05.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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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ECC 지하 4층 명예의 전당. 이화여대가 장학금 기부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부자 명예의 전당' 제막식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가 눈에 띄었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 석자가 새겨진 벽을 바라보는 이는 '강진건업' 전 대표 김종섭(73)씨. 이대와의 각별한 인연을 계기로 2009년 2억을 기부한 김씨는 1억 이상을 기부한 222명에 포함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씨는 "한 때 노숙 생활을 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이대 제8대 김옥길 총장을 비롯한 신촌지역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사업을 꾸리게 됐다"면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일인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니 감사하고 송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와 이대의 인연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 나이에 무작정 고향에서 상경해 서울 신촌기차역 부근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생계를 위해 역사 청소, 얼음 배달, 땔감용 나무와 연탄 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남다른 성실성을 눈여겨봤던 김 총장이 김씨에게 이대에 연탄을 납품하는 일을 맡겼고 이후 20년 동안 꾸준히 연탄을 공급했다. 김씨는 "이대와의 연탄 납품 계약을 시작으로 사업이 술술 풀렸다"며 "자신감을 얻어 이대역 굴착공사와 신촌지역 건물 신축사업을 도맡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사업을 키워 결국 수 백 억대 자산가로 성장한 김씨는 1990년대에 서대문구의회 의원, 검찰청 장학재단 상무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김씨의 아들 김태호씨도 이대 앞 알파문구를 16년째 운영하고 이대와의 인연을 잇고 있다.

김씨는 "살면서 거둔 크고 작은 성공은 따지고 보면 역시 이대를 비롯한 신촌지역 사람들 덕분"이라며 "남은 여생은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그 동안 진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부자 명예 전당' 제막식에서는 디지털 화면으로 구성된 '디지털 월(digital wall)'과 가로 17.6m, 세로 2.8m 크기로 벽면에 설치된 '아날로그 월(analogue wall)'이 공개됐다. 전체 기부자 1만8,600명이 디지털 월에, 1억 원 이상 기부자 222명이 아날로그 월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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