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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납비리에 면죄부 된 '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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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납비리에 면죄부 된 '가처분 신청'

입력
2013.05.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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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을 주고 저질 건빵을 군부대에 납품해오다 적발돼 입찰금지 제재를 받았던 업체가 수십억원 대 건빵을 다시 납품하는 사태가 벌어져 의혹이 일고 있다.

8일 군납업계에 따르면 대구의 군납 전문업체 대명종합식품(이하 대명)은 수년 전부터 연간 200억원 규모의 건빵과 햄버거빵 군납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그러다 2011년 8월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저질 건빵을 부대에 납품했으며, 입찰 과정에서 15차례나 담합을 통해 단가를 부풀린 사실이 방위사업청에 적발됐다. 결국 대명은 전국 9개 식품업체가 연루된 이 사건의 핵심업체로 지목돼 '24개월 입찰금지 제재'라는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방위사업청이 실시한 건빵 납품업체 입찰에서 대명은 전국 4개 지역에서 모두 1위로 선정됐다. 41억원 어치(1,175만봉)의 건빵을 1년간 전국 부대에 납품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그 비결은 가처분 소송에 있었다. 대명은 지난해 1월 방위사업청의 결정에 불복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행정처분의 효력을 일시 제한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법원은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명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 매출의 99%가 군납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1심과 2심 판결을 거치며 대명의 입찰금지 기간은 24개월에서 6개월로 줄었다. 방위사업청이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대명의 입찰참여 제한 기간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로 확정됐다. 물론 작년 4월 실시된 건빵 입찰 결과는 돌이킬 수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건빵보다 3~4배 시장 규모가 큰 햄버거빵 군납 입찰이 4~5월 중으로 예고되자, 입찰이 불가능했던 대명은 또 한번 가처분 소송을 활용한다. 이번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행정심판위원회에 방위사업청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위 역시 법원과 같은 취지로 대명의 손을 들어줬다.

방위사업청은 충격에 빠졌다. 법원에 이어 행정심판위원회까지 동원해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대명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로펌 출신이라는 점 등을 들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행정심판위는 이날 취소심의를 열고 방위사업청의 이의제기를 수용했다. 앞선 판결을 뒤엎은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처분 신청을 통해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은 물론 행정심판위도 '가처분 수법'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행정심판위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방위사업청의 이의제기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편법 입찰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 처분을 이용해 낙찰을 받았더라도 나중에 유죄가 나오면 기존 계약을 중단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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