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이 중단됐던 월성원전 1호기(가압중수로형, 68만㎾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시작됐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자연재해 등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를 가정해 노후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지 여부는 당초 전망과 달리 올해 하반기에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발전기를 돌릴 수 없어 전력난이 우려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원자력본부가 지난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월성1호기의 스트레스 테스트 추진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앞으로 두 달 간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월성원전은 다음달 28일까지 원안위 테스트 결과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이후 전문가들로 검증단을 구성해 보고서를 검토한 뒤 월성 1호기 수명을 연장할지, 아니면 폐쇄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1982년 11월 21일 발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지난해 11월 20일로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나 그 동안 발전을 중단해 왔다.
문제는 상반기 중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애초 상반기에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7월부터 시작될 테스트 보고서 검증작업에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려 연말에나 결정이 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철 가동은 아예 불가능하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의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는 통상 6개월 정도 걸린다"며 "안전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다른 국가보다 더 엄격한 테스트를 실시하기 때문에 검증작업에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원전 가동중단 사태가 빈발하면서 전국 원전 23기 중 15기만 정상 가동하는 상태다. 따라서 추가로 원전 고장이나 사고가 나면 대규모 정전인'블랙아웃'사태를 피할 수 없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지진에 의한 구조물ㆍ계통ㆍ기기 안전성, 해일 및 기타 자연재해에 의한 구조물ㆍ계통ㆍ기기 안전성, 전력계통 등 안전기능 상실에 대한 대응 능력, 중대사고 관리능력, 방재 및 비상대응능력 등 총 5가지를 시험한다.
특히 지진 내구성 검사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국내 원전의 설계 기준은 리히터 규모 6.5 지진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인 리히터 규모 8.0과 지난 3월 발생한 쓰촨성 지진 7.0의 중간 정도인 7.5 규모 지진을 버티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이번 테스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처음 실시되는 노후원전의 안전성 평가이기 때문이다. 애초 전력당국 내에서는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원전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계속 운전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설계수명 완료 후 재가동 여부가 결정된 사례는 국내의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유일하다. 정부는 2007년 6월 고리1호기의 설계수명이 끝나자 다음해 1월 '10년간 재가동'을 승인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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