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떠넘기며 욕설을 퍼부어 문제가 된 남양유업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유제품 업계는 불매 운동이 업계 전체로 번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결국 남양유업은 9일에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제품 불매 운동이 전국 편의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 등에서는 제품 판매가 뚝 떨어지면서 남양유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유제품 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을 전면 조사하기로 하고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편의점 CU와 GS25, 세븐일레븐 점주 단체 연합회인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이하 전편협)는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남양유업 제품의 불매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회원수가 1만5,000명에 이르는 만큼 남양유업에 타격이 클 전망이다. 바이더웨이 가맹점주들은 하루 앞서 이미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전편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남양유업의 비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영업행태에 같은 을의 입장으로 분노를 느껴 남양유업 제품을 판매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어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와 불공정 관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방경수 전편협 대표는 "이번 불매운동으로 남양유업의 각성은 물론 대기업 횡포가 근절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불매운동은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며, 편의점 본사에 남양유업 대신에 다른 업체 제품을 발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매 운동 여파는 남양유업의 매출 감소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욕설 파문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4일 이후 7일까지 남양유업 매출이 10% 감소했다. 우유와 커피가 각각 14%, 15% 줄었고, 곧바로 바꿀 수 없는 분유는 7% 감소했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5~7일 유음료 전체 매출이 1.6% 상승했지만 남양유업 제품만 6.5% 하락했다"고 전했다.
사태가 확산되며 남양유업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남양유업 주가는 2일 이후 5거래일 동안 15% 가까이 하락해 100만원으로 떨어지며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와중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보유주식 가운데 6,583주를 매도하면서 72억2,917만원을 챙겨 이 또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홍 회장에 대한 추가 고소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ㆍ현직 남양유업 대리점주 8명은 내주에 홍 회장과 김웅 대표 등을 전산발주 시스템을 임의 조작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떠넘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정부 또한 사태를 좌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유제품 업계의 밀어내기 실태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유제품 업체의 영업사원들이 대리점에서 주문한 것보다 많은 물량을 밀어내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정위 조사 때문에 업체들이 영업사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남양유업은 사태가 확산되자 결국 9일 오전 대국민사과를 하기로 했다. 사과문에는 본사와 대리점간 상생발전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전 남양유업 영업사원 이모(35)씨는 7일 서울경찰청에 "인터넷에 녹취 파일이 퍼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니 유포 경위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를 이첩 받은 서울 서부경찰서는 폭언 파일 유포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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