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3봉지와 계란을 준다는 말에 무심코 신분증을 건넸던 노인들이 한 달에 최고 230만원이 넘는 전화요금 폭탄을 맞았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수도권 경로당을 돌며 수집한 노인들의 개인정보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불법으로 유통시킨(상습사기 등) 혐의로 조모(30)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강모(28)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노인과 장애인 등 200여명의 명의를 도용, 휴대전화 450여대를 개통한 뒤 장물로 팔아 4억여원을 챙긴 혐의다.
휴대전화 판매점 종업원으로 일했던 조씨 등은 경기, 인천지역 경로당 등을 돌며 봉사활동을 가장해 노인들에게 라면 3봉지, 세제, 계란 등을 나눠주고 "근거를 남겨야 한다"며 신분증을 건네 받아 복사하는 식으로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조씨 일당은 이렇게 입수한 200여명의 개인정보로 휴대전화 450여대를 개통, 대당 60만원까지 받고 장물업자를 통해 외국으로 넘겼다. USIM칩은 국내 대포폰 업자 등에게 개당 25만원에 팔았다. 명의를 도용 당한 노인 가운데는 쓰지도 않은 전화 요금이 한달 최고 238만원까지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개월여간 휴대전화 450여대의 단말기 값과 미납 요금은 1억7,000여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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