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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목사 베스트셀러 왜 없을까? 인생 아닌 교리 얘기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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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목사 베스트셀러 왜 없을까? 인생 아닌 교리 얘기만 하니…"

입력
2013.05.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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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나오는데 왜 신부, 목사 책은 그런 게 없을까요. 스님들은 인생관 가치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신부 목사는 기독교 교리 이야기만 하거든요. 예수 말씀은 지금 기독교 교리와는 다릅니다. 인생관 가치관을 담은 그 진리의 말씀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기독교는 더 외면당할 겁니다."

철학 수상록으로 유명한 김형석(93) 연세대 명예교수는 8일 "예수님의 교훈을 교회는 교리로 바꾸어버리니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철학자로서 깨달음과 지혜를 녹여낸 여러 권의 에세이로 사랑 받아온 김 교수가 (홍림 발행)를 냈다. 기독교인의 삶의 자세와 올바른 신앙 생활의 방법을 담은 에세이로 30여년 전 학원사에서 라는 제목으로 냈다가 절판된 것을 이번에 다시 냈다. 그동안 주위에서 재출간 권유가 있었다.

연세대 교수로 가기 전 재직한 서울 중앙중학교에서 꾸려갔던 성경 공부 모임을 그는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적을 둔 교회가 있긴 하지만 이 모임이 주일(일요일)에 있어서 교회에는 잘 나가지 않는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그가 대답하는 형태인데, 늘 나오는 주제가 한국 교회에 대한 걱정이다.

"기독교는 본래 공동체가 필요하지만 그게 교회로 시작해서 교회로 끝나는 교회주의여서는 안 됩니다. 한국 교회는 (신앙 생활은) 교회로 시작해서 교회로 끝난다는 과오를 범하고 있어요."

이번 책에서도 세속화한 한국 교회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주류다. 그는 "새로 내면서 뭐 고칠 거라도 있을까 다시 읽었는데 별로 그럴 게 없더라"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교회는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양구 파로호 인근에 '이해인 시문학의 공간, 김형석 안병욱 철학의 집'이라는 3층 건물이 문을 열었다. 이 고장 출신 시인 이해인 수녀와 달리, 그는 자신도 안병욱 교수도 양구 사람은 아니지만 고향이 이북이라는 이유로 이런 대접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3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거기에 가서 철학적 인생관 강의를 하고 있다.

1960년 출간 당시 피천득 수필집 다음으로 잘 팔렸다는 의 개정판과 90세가 넘어 한 강연 내용과 수필 등을 모아 새 책 낼 준비도 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연한 대답과 또록또록한 발음은 속으로 감탄할 정도였다. "가족들이 중학교 진학도 못하고 죽을 줄 알 정도로 어린 시절 병약했다"는 그의 건강 비결을 물었다. "나이 들면 다들 '건강해야지' 하면서 건강을 위한 건강만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내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건강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산책과 수영이 도움이 됩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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