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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신의 관점에서 내려와야… 인간적인 것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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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신의 관점에서 내려와야… 인간적인 것이 가장 중요"

입력
2013.05.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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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의 명물 가부키좌 재설계 때전통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사회·문화·환경과 연결에 중점주택 지을 땐 가능하면 단층집으로땅에 발붙이고 산다는 느낌 들게한국 새로운 건축에 대한 탐닉 왕성조화보다 개성 강조 안타까워

"30년 정도 봐왔지만 한국은 새로운 건축에 대한 탐닉이 여전히 왕성한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런 욕망이 앞서서 주변과의 조화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주장이 강한 건물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워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는 일본 건축가였다. 일본은 지금까지 모두 6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미국과 함께 최다이다. 다음 번에 또 일본에서 이 상을 받는다면 그는 누굴까. 일본 도쿄 최대 번화가인 긴자의 명물 전통극 공연장 가부키좌를 새로 설계한 구마 겐고(59) 도쿄대 교수가 유력 후보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까지 그가 설계한 건축물과 그 건물에 담아 낸 인간ㆍ환경 지향의 일관된 정신까지 감안한다면 벌써 상을 받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경영자 최고위과정에서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는 동서양 건축 강좌의 특별 강연자로 초청 받아 방한한 구마 교수를 강연일인 8일 박물관에서 만나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산토리미술관' '돌의 미술관' 'ONE오모테산도' 등 일본 각지는 물론이고 한국의 NHN 춘천 연수원 등을 포함해 중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작업하는 그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이고 그래서 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부키좌라는 전통예술 공간과 29층짜리 고층빌딩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이 어려웠을 것 같다.

"가부키좌는 좁은 공간을 넓히기 위해 재건축이 불가피했지만 원래 가부키좌가 갖고 있는 특징을 충분히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와지붕의 편안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새로 올린 건물은 뒤쪽 좁은 공간에 배치했다. 긴자 거리에서 보면 가부키좌는 고층빌딩에 눌리지 않고 전통의 형태가 그대로 부활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가부키좌를 길에 연결시키고 싶어 한쪽에 없던 마당을 만들었다. 그 마당을 통해 출입구로 가게 된다. 건축물을 사회와 문화, 환경과 연결시키고 싶었던 거다."

-건축가들은 자기의 생각이 강하게 들어간 기발한 형태의 건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은데.

"근대에 들어서 건축가는 자신의 개성을 내보이는 것이 큰 추세다. 하지만 가부키좌는 내가 설계했다는 것을 몰라도 좋으니 가부키좌의 전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물론 세부적인 기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가부키좌도 과거 철근 콘크리트가 철제 구조로 바뀌는 등 변화가 있었다."

- 에서 지난해 까지 건축론을 담은 책을 많이 냈다. 이런 책들을 관통하는 건축 정신은 무엇인가.

"건축가들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신의 관점으로 건축물을 설계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건축을 그것을 체험하는 인간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인간적인 것이야말로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재작년 3ㆍ11 대지진 이후 여러 건축가들과 함께 피해를 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작은 마을회관 짓기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안다.

"그동안 도호쿠 지역에서 여러 작업을 해왔다. 그곳의 자연이 일본 내에서도 얼마나 가혹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은 자연을 이겨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지진을 통해 자연의 위력을 절감했다. 그 뒤로 자연에 맞서는 건축이 아니라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그런 건축을 하고 싶다."

-주택을 건축할 때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요즘 나무라는 소재를 나무 그대로 보여주는 데 관심이 많다. 그러기 위해 나무의 결이나 옹이가 그대로 살아 있는, 껍질 그대로의 나무를 건축 소재로 사용하려고 한다. 주택을 설계할 때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다면 단층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이런 요소들을 결합한 건물이 지난해 말 완공한 일본 가나자와시의 다이요가오카보육원이다."

-좋은 건축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젊은 시절 해외로 나가 여러 가지를 보고 그 중에서 자신이 흥미를 갖는 것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뉴욕에서 공부하다가 일본의 전통건축이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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