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4억원짜리 골프장이 고작 7억원 빚 때문에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8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제주시 봉개동의 대형 골프장이 13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L리조트가 소유한 이 골프장은 113만㎡가 넘는 면적에 감정가는 934억여원에 달한다.
골프장은 L리조트가 채권자들에게 회원권 반환비용 7억원을 갚지 못해 경매 시장에 나왔다. 경매를 청구한 채권자는 모두 5명. 골프장이 팔릴 경우 이들이 받을 돈은 총 7억1,648만원으로, 감정가의 0.77%에 불과하다. 채권자 K씨는 "이미 L리조트는 회원권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상태"라며 "패소하고도 돈을 주지 않아 경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골프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골프장이 우후죽순 들어선 탓에 제주도 골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10여년 전 10개 미만이던 골프장은 29개까지 늘었다. 제주도가 국제 관광지로 부상하리란 기대에 너도나도 회원권을 팔아 골프장을 지었다.
5,6년 전부터 공급과잉에다 경기까지 나빠지자, 골프장들은 고객을 유치하려 제살깎아먹기식 요금할인경쟁에 들어갔다. 골프장 대부분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그린피의 20∼50%를 할인해주고 있다. 한 리조트 관계자는 "제주도 리조트 대부분이 적자 상태다. 그나마 적자를 면하는 1위 리조트의 경우 연간 방문객이 23만명인데 2위의 방문객은 8만, 9만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린피가 싸지면서 회원들이 회원권을 유지할 유인이 없어진 것. 회원들이 회원권 반환을 원하면서, 일부 리조트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L리조트 관계자는 "당장 7억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명에게 돈을 돌려주면 너도나도 돈을 돌려달라고 할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골프장이 실제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L리조트는 채권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채권자 K씨도 "일단 돈을 돌려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 골프장의 시련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골프관광객은 2011년 대비 3.1% 감소했고, 올해도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레저 관광객은 꾸준히 줄고 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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