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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원자력협상 연장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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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원자력협상 연장전 준비해야

입력
2013.05.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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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지난 2년 간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협상을 통해 저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농축과 재처리는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지속성·수출경쟁력을 강화시켜 경제성장과 에너지안보의 필수적인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한·미 간 입장차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해 차선책으로 현행 협정의 유효시한을 당분간 연장키로 했다고 한다.

원자력협정은 보통 30년 이상 유효하다. 따라서 빠른 협정보다는 바른 협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협상 연장전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협상 환경을 냉철하게 재평가하고 협상체제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미 원자력협정의 선진화와 호혜화를 위해 다음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미국이 한국을 전면적인 원자력 협력을 위한 성숙한 파트너로 인정하도록 대미 설득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이후 농축재처리 기술의 확산 반대를 핵심 외교정책으로 삼았다. 한국의 농축재처리 요구에 대해서도 한국만 예외적으로 특별대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한국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원자력 역량에 부합하는 '공정대우'이다. 한국은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세계적인 중견국으로 거듭나고, 세계질서 창출자그룹에 참여하였다. 또한 세계 4대 원전 이용국이며 수출국인 원전강국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했듯이 한국은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이다. 따라서 원자력 협력에서도 명실상부한 파트너십이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국가적 총력외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농축재처리 확보의 성공사례로 알려진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을 보자. 우선 일본은 협정개정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30년 가까이 협상준비를 했다. 외무성에 국제안보원자력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외교부에 협상전담대사를 두었지만 소수 직원이 있는 임시조직으로서는 대미협상, 미 의회와 한미협정 반대자 설득, 국내 이해관계자 조정, 국민여론 조성 등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일본은 의회 산업계 학계 국민 등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핵비확산 원칙을 강조하고 농축재처리 필요성을 주장하고, 총력외교에 동참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특히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당시 나카소네 총리가 전면에 나서 국력결집과 대미외교를 진두지휘했고, 레이건 대통령과 특별한 친분관계를 최대한 활용했다. 우리는 일본처럼 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내부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비확산 원칙을 재확인하고 국민적 합의도 조성해야 한다. 3차 북핵실험 이후 대미 원자력협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미 정부와 의회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허용이 북핵문제 해결에 장애를 초래한다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내의 핵무장론도 예상치 못한 변수이다. 미국에는 한국의 평화적 농축재처리가 결국 핵무장에 이용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지난 수년간 우리 원자력의 평화적 성격과 핵비확산 정책을 강조했지만, 핵무장론으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현행 한미협정의 현상변경을 요구하는 공격, 미국은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수비의 입장에 있다. 공격이 성공하려면 수비보다 3배의 세력을 동원해야 하듯이, 우리도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외교공세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 정부 내 협상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전문가그룹 국회 원자력산업계 국민이 동참하는 총력외교체제를 갖추고, 핵비확산 원칙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새로이 다져야 한다. 미국도 원전강국으로 등장한 한국의 농축재처리에 대한 이유 있는 요구를 허용토록 입장을 전환해야 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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