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대디’ 김모(50)씨는 지방에 있는 부모님께 맡기고 13년이나 떨어져 지낸 아들(16)과 2년 전 함께 살게 됐을 때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2년은 녹록치 않았다. 손에 익지 않은 집안일도 어려운데 중증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들 때문에 먹는 것부터 집안 환경까지 신경 쓸 게 태산이다. 김씨는 “아이가 나랑 같이 사니까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 같아 좋지만 너무 힘들다”며 “아들과 같이 시설에 들어가려고 알아 봤더니 부자가정 보호시설은 서울에 딱 한 곳 있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싱글대디 박모(43)씨도 최근에야 고등학교 1학년 딸(16)과 같이 살 수 있게 됐다. 7세 때부터 딸을 혼자 키운 박씨는 양육이 힘들어 4년간 아이를 사회복지시설에 맡겼었다. 박씨는 “2년 정도 혼자 키워봤는데 내가 일 나가면 아이 혼자 집에 있다 보니 걱정이 돼 시설에 맡겼다”며 “아이가 시설에서 나를 찾으면서 운다는 소리를 전해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와 미성년자 자녀로 이뤄진 부자가정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자가정은 2005년 28만7,000가구에서 2010년 34만7,000가구로 21.1% 늘었다. 같은 기간 모자가정 증가율(15.1%)보다 높다.
하지만 부자가정에 숙식을 제공하고 아이를 돌봐주는 보호시설은 서울 1곳을 포함해 전국에 단 3곳뿐이다. 모자가정 보호시설(46개)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나마도 정원 20가구 이하인 소규모 시설이어서 늘 대기자가 많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한부모가정지원법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는 보호대상 부자가정은 3만1,700여 가구다.
또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를 초과하면 시설 입소 자격이 없어지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면 퇴소하기 십상이다. 지난해 인천의 한 시설에 세 살배기 아들과 입소한 40대 싱글대디는 한 달에 200만원 월급을 받는 직장을 구했다가 퇴소당했다. 홍진규 아담채 사무국장은 “남성은 보통 여성보다 급여가 높아 부자가정은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남자 성인들이 모여산다는 이유로 부자가정 보호시설을 범죄자 집단으로 보는 시선에 시달리기도 한다. 현재 성동구에 건설 중인 부자가정 보호시설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양육을 엄마가 도맡아 하는 분위기상 싱글대디는 학부모 사회에서도 고립되기 쉽다. 11세 아들을 키우는 최모(52)씨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아이를 등하교시켜 주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알고 보니 친구들이 ‘할아버지랑 왔냐’고 놀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은 “부자가정의 부모-자녀 관계가 모자가정에 비해 훨씬 악화된다는 통계가 있다”며 “부자가정도 모자가정이나 미혼모들처럼 자조모임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고민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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