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층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며 은폐됐던 칭화(靑華)대 여대생 탈륨 중독 사건의 의혹이 미국 백악관으로 번지고 있다.
8일 백악관 청원 사이트인 ‘위 더 피플’에 따르면 1994년 당시 칭화대 화학과에 다니던 여대생 주링(朱令ㆍ40ㆍ사진)의 탈륨 중독 사건 진상 규명 청원 서명이 13만건을 넘어섰다. 다재다능하고 미모를 갖췄던 주링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의문의 탈륨에 중독돼 쓰러진 뒤 시력을 잃고 사지가 마비되며 지능까지 유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밀한 독극물’로 알려진 탈륨은 일반인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화학물질로 신경장애 및 구토, 위장 경련, 급속 탈모 등을 일으킨다. 주변에선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같은 과 동기인 쑨웨이(孫維)가 주링을 시기해 저지른 범행으로 보았다. 그러나 공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쑨웨이를 형식적으로 한 차례 조사했을 뿐 사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후 쑨웨이는 미국으로 도피하듯 이주, 이름을 바꾸고 잠적했다. 일각에선 쑨웨이의 할아버지 쑨웨치(孫越崎)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가까운 사이였던 것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쑨웨이는 쑨푸링(孫孚淩) 전 정협 부주석의 조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주링의 사연이 부각된 것은 최근 상하이(上海)시 푸단(復旦)대에서 한 대학원생이 동료를 독살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청원자가 10만명 이상일 경우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미 13만명의 서명을 받은 주링 사건에 미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내 놓을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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