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나치게 많은 현금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신문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따돌린 삼성전자의 새로운 과제는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42% 순익 상승을 기록했으며 3월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43조5,000억원에 이른다. 부채를 제외한 순현금자산은 31조2,000억원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신문은 지난 1년 사이에 삼성의 순현금이 3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현금 자산이 갑자기 불어난 이유는 최근 몇 년 간 수익구조가 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3년 전만 해도 반도체와 LCD 사업부가 전체 영업이익의 56%를 냈으나 올해 1분기에는 스마트폰 사업부가 이익의 74%를 창출했다. 반도체가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하는 데 반해 스마트폰은 투자 규모가 비교적 작아 현금 창출에 용이하다.
홍콩 소재 증권사 샌포드 C.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과거 삼성은 현금을 거의 전부 재투자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현금을 보유한 적이 없다"며 "2015년 말쯤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인수나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은 것도 현금이 쌓인 원인이다. 삼성은 2007년 이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고 배당금 비율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줄었다. 인수 전략에 있어서는 작은 기업을 공략하거나 대기업의 지분을 소량 매입하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이 조만간 대규모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의료장비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인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주주들의 배당금 증액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3월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447억달러를 돌파한 애플은 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주식환매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고 분기별 배당금을 증액했다. 번스타인의 뉴먼은 "삼성도 같은 절차를 따라 2, 3년 안에 주주들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규모 현금 보유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삼성의 설비투자 지출 규모가 큰데다 IT업계는 부침이 심해 현금 축적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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