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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사건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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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사건과의 조우

입력
2013.05.0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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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이 70, 80년 정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생애 동안 우리는 몇 차례 역사에 기록될 만한 큰 사건들과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그것을 개인이 수용하는 방식은 매우 조밀하고 디테일한 특수성에 기댈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은 당대인의 무의식 속에 구체적인 심상을 새기면서 다양한 의미를 분사한다. 우리 부모 세대에게는 한국전쟁이, 그리고 선배 세대들에게는 민주화 운동이 그랬을 것이다. 확실히 사건에 반응하는 최초의 개인을 추억하는 건 기억이 의미를 획득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의식의 순결'과도 같다.

사실 이것이 말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기 이전 과거에 일어난 어떤 격렬한 역사적 사건들을 질투한 적이 있다. 과거의 사건을 질투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예컨대 나는 8.15 해방과 4.19 혁명이 내 삶과 무관한 시간대에 일어난 것을 속상해하고 질투했다.

어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자신의 생애 동안 일어난다는 것, 그것은 간과하기 쉽지만 매우 의미심장한 의미를 던진다. 개인과 개인의 삶이 연합을 이루어 어떤 시대성을 확정 짓는다고 할 때, 우리가 경험하는 당대의 사건 역시 내 소소한 진실과 실천의 합종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생애에 소련의 와해와 남북정상회담을 목격하고 경험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 나의 삶은 당대의 역사와 동일하게 진전한다는 깨달음.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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