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가 연탄불에 구워 주시던 꽁치구이는 넉넉하지 못하던 시절 우리의 밥상을 채워 주던 아련한 맛이었다. 자취방 찬장 구석을 차지한 꽁치 통조림으로 뚝딱 끓여 먹던 꽁치김치찌개는 참으로 편안하고 만만한 오랜 친구 같은 맛이다. 어획량 감소로 다른 생선은 다 가격이 올라도 여전히 착한 가격 그대로 서민의 밥상을 지키고 있는 반찬거리이기도 하다.
KBS 1TV가 9일 오후 7시 30분에 방송하는'한국인의 밥상'은 꽁치잡이가 한창인 동해로 맛 기행을 떠난다. 산란을 위해 동해 푸른 바다로 돌아오는 봄 꽁치는 맛이 담백해서 젓갈을 담기에 안성맞춤이다. 꽁치는 기름기가 많아 비리고, 젓갈로 적합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단박에 뒤집는 것이 봄 꽁치다. 꽁치젓갈은 동해안 어촌 마을의 전통음식으로 조선시대부터 담기 시작했는데, 입 안에 퍼지는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그런 꽁치잡이에 평생을 바쳐온 황성길 선장에게 바다는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 가난한 어부의 일곱 남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꽁치 떼를 좇아 험한 파도를 넘어 살아왔다. 아들은 그런 그를 쫓아 어부로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중이다.
동해안 어촌에서 자란 아이들은 처마 밑에 매달아 둔 꽁치가 꾸덕꾸덕 채 마르기도 전에 엄마 몰래 빼 먹곤 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우영훈씨의 유년 기억 속 과메기 맛은 여전히 입 안 가득히 남아서 그는 한 해도 꽁치 말리는 것을 포기할 수가 없다. 꽁치는 고마운 생선이기도 하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맨몸으로 살아야 했던 숱한 청춘들에게 꽁치 통조림은 든든한 친구였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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