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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입시, 수시와 정시 불균형 너무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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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입시, 수시와 정시 불균형 너무 심해

입력
2013.05.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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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현재 대학입시 전형의 불균형 문제도 그런 경우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정시전형에 비해 수시전형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 적절히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수시전형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전형이 처음 도입되었던 1990년대 말에는 전체 대입 정원의 약 4% 정도였다. 이후 점차 늘어 올해는 66.2%까지 확대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대입에서 정시전형은 사라지고 수시전형만 남을 수도 있다. 전형이 너무 복잡한 것도 문제다. 수시전형은 현재 3,000가지가 넘는다. 교사도 전문가들도 뭐가 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도입당시에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수시에서는 입시에 필요한 자료들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야한다. 이에 따라 여러 예기치 않았던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가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커졌다. 대학의 전형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 스펙 갖추기 등 대학의 많은 요구사항들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작업은 학생 혼자의 힘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모들까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자녀가 봉사할 곳을 알아봐야 하고, 커리어 관리를 위해 매니저 역할도 해야 한다. 학교 내의 활동도 솔선해서 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문제뿐만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아이비리그 진학을 위한 입시스펙은 위선적이며 엄마가 두 명쯤은 되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커맘', '하키맘'이란 말도 같은 맥락이다.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엄마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반면 정시전형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이 전형은 수능성적이 기본이 되는 매우 단순한 전형이다. 특별히 수시전형과 같은 스펙을 쌓지 않아도 고액의 논술과외를 받지 않아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수시전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불복(福不福)이 아니어도 결과를 가장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전형이다. 아버지의 바지바람이나 엄마의 치맛바람이 없어도 묵묵히 학과공부만 열심히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형이다.

잘 알듯, 수시전형은 성적으로 줄 세우기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했다. 성적보다는 학생들이 지닌 잠재적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대로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수시전형의 비중이 늘수록 입시는 더욱 복잡해지고 전략적으로 변해 갈 수밖에 없다. 요즘의 입시를 '복불복', '실력보다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입시컨설팅 한 번에 수 십 만원씩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겸비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수시비중이 지나치게 확대됨에 따라 입시가 전략화 되어 간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누가 뭐래도 입시의 문제는 공정성과 안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거 과외나 특별한 스펙 쌓기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사례들이야 말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경우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수시와 정시 간의 불균형이다. 서울대의 경우, 2014년 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율을 정원의 83%(2,617명)까지 확대했다. 향후 비율을 더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고등학교 간 학력차가 심하게 나타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단순한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다. 입시결과의 왜곡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 수시와 정시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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