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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사재기 비일비재… 이젠 뿌리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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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사재기 비일비재… 이젠 뿌리 뽑아야"

입력
2013.05.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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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사장 사임"어떠한 변명도 않겠다 비대위에 권한 넘길 것" 사실상 사재기 인정'베스트셀러'의 유혹온라인 판매가 주도권 잡자 최고의 홍보 수단 군림 쿠폰·이벤트 등 유사행위도"강력한 처벌" 한목소리적발땐 과태료 1000만원 솜방망이 처벌이 화 키워 "영구 퇴출 등 특단조치 필요"

도서 사재기 파문의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일보에 연재한 소설 의 작가 황석영씨는 출판사가 이 소설책을 사재기한 의혹이 일자 절판을 선언한 데 이어 해당 출판사 대표는 사실상 사재기 의혹을 인정하며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간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를 중심으로 한 사재기 의혹은 끊이지 않았지만, 순수문학계, 그것도 한국 문단의 거목으로 꼽히는 황씨의 작품에까지 손을 댔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은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출판사들이 발뺌을 해서 유야무야 됐던 사재기 파문이 이번에야말로 올바른 출판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사재기 인정

의혹은 SBS '현장21'이 7일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자사 발행 도서인 황씨의 와 김연수의 , 백영옥의 등 세 권의 책을 사재기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황씨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문학 인생 50년을 모독하는 치욕스런 일"이라며 해당 책의 절판을 선언했다.

이에 강병철 자음과모음 사장은 8일 새벽 긴급 보도자료를 발송, "어떠한 유형의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 시간부로 자음과모음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사옥도 매각할 것이며, 새로 구성된 '자음과모음 비상대책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넘기겠다"고 덧붙였다. 사옥 매각은 강 사장이 방송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전부 내려놓고 떠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비대위는 3개월 안에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선출할 계획이다.

황씨의 절판 선언에 따라 출판사는 8일부터 서점에 배포된 의 수거에 들어갔으며, 김연수 등 다른 작가들의 책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세 책은 모두 지난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진입, 연말까지 소설 부문 순위권을 지켰다.

자음과모음은 지난해 10월 소설가 겸 수필가 남인숙의 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로부터 사재기 판정을 받아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베스트셀러에 좌우되는 판매 구조가 문제

출판계의 사재기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서적 판매의 주도권이 온라인 서점으로 넘어가면서 양상은 더 극렬해졌다. 온라인 서점의 초기 화면에 노출되는 베스트셀러 순위가 최고의 홍보 수단으로 군림하면서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의존성이 한층 심해진 것.

게다가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 순위는 상대적으로 조작이 손쉬워 출판사들은 유혹에 더 취약해졌다. 출판사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각자 배분 받은 책을 사들이도록 하는 고전적 수법은 물론이고,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서평단을 모집한 후 띄우려는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케 한 후 비용을 보전해 주기도 한다.

한 출판사 대표는 "사재기는 출판계에서 더 이상 창피하지 않은 공공연한 행위가 된 지 오래"라고 개탄하며 "신문 서평 게재를 위한 언론사 홍보용 책자도 인터넷 서점에 공급된 물량을 출판사 측에서 되사서 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2년을 정점으로 한 최악의 출판 불황이 겹치면서 온라인 서점의 반값 할인, 쿠폰 제공, 이벤트를 통한 책 무료 제공 등 유사 사재기 행위까지 범람하고 있다.

"사재기 출판사엔 강력한 처벌을" 한 목소리

사재기를 출판사의 양심에 맡겨둘 수밖에 없는 현행 판매 구조와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현재는 사재기가 적발되면 과태료 1,000만원에 처하고, 3년간 해당 출판사의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제외시키는 자율협약을 시행하고 있지만 서점 협조가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재기는 남을 속여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사기이자 문화적 범죄 행위인데도 단순 경범죄로 분류해 과태료만 물리고 있는 게 문제"라며 "경찰 수사가 가능한 벌금형 이상으로 바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흥식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장도 "지금은 사재기 의혹이 제기돼도 출판사가 거부하면 조사조차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선량한 출판사와 독자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사재기 출판사는 출판계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杉?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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