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애비뉴엘과 영플라자 사이 허공에 '상어떼'가 등장했다. 두께 1mm, 길이 2cm의 알루미늄 막대를 수천 개 붙여 만든, 조각가 김창환(45)씨의 작품.
그는 백화점 불이 꺼진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며칠 밤을 새워 하늘에 상어들을 띄웠다. 지난 1일. 작품이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 그 날, 호기심 어린 표정들의 보행자들 사이에 작가 김씨도 서 있었다.
"두 건물을 잇는 하늘다리에 만들어진다는 얘길 듣고 거기 설치작품을 매달아 전시하겠다는 의사를 백화점 측에 전달했죠. 그랬더니 이색 '아트 마케팅'이란 판단에서인지 비용 1,600여만 원을 부담하겠다더군요." 그는 작품 설치 배경을 그렇게 설명했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어 고교시절 미술부원으로도 활동했지만 졸업 후 바로 취직해 돈을 벌어야 했다. 이발사 신문 배달 보일러 수리 공사장 막노동 등 여러 직업을 거치다 27살에야 미대 입시학원을 다니기 시작, 3년 만에 경원대 환경조각과에 들어갔다. 그는 "산골에서 살다 보니 대학 갈 생각을 못했고 주변에서 말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제조각페스타를 비롯해 여러 단체전, 기획전에 초대를 받지만 전업작가로 나서기 전까지 벽화 그리기 등 여러 일을 거쳤다.
"마지막 직업은 누수탐지사였죠. 적은 시간 일하고 벌이도 괜찮아서 시작했는데, 작품 만드는 데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6년 누수 탐지하며 번 돈으로 5년 전부터 전업작가로 나섰습니다."
다양한 경험은 작품에 밑천이 됐다. 알루미늄 막대를 이어 붙인 작가 특유의 스타일은 공사장 철근 가설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상어 낙타 등을 본뜬 입체 모형 틀을 만들고 이 틀에 가는 알루미늄 조각을 하나씩 용접해 붙여 작품을 만든다. 때문에 김씨 작품은 입체 설치작품이지만 3차원 공간에 뾰족한 연필로 드로잉 한 듯한 인상을 준다. 2~3m 크기의 작품 무게는 5kg 내외로 한 손으로도 가볍게 들 수 있다.
김씨는 "철근을 엮으면 새 공간이 만들어지거나 있던 공간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그 공간 속으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작품인 '샤크'에는 팍팍한 현실을 떠나 자유롭게 유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한다. 매달아둔 작품이 떨어지는 사고를 우려해 장마철 전에 마치기로 했지만 백화점 측은 관람객 반응에 따라 전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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