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년 연장법'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현행 권고사항인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되, 300인 이상 사업장 및 지방공사·지방공단의 경우 2016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지난해 유엔인구기금(UNFPA)이 펴낸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수명이 여성은 84세로 세계 8위, 남성은 77.3세로 26위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고령 인구가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노후준비,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 등 긍정적 측면이 크지만 늘어난 인건비, 청년신규채용 축소 우려 등 불안요소를 어떻게 해결할지 과제도 남아 있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60세 정년의무화는 55~57세인 현 퇴직연령을 늦춰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수 있고, 10조원 안팎의 조세를 확보해 정부 재정악화를 개선할 수 있다"면서도 "부담이 늘어난 기업이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해 실질임금을 삭감할 경우 순수한 정년연장을 바라는 노측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정년연장자의 급여한도를 신입직원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정부가 급여 일부를 보조하는 방안 등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비부머 본격퇴출 대비 완충역할… 조기퇴직 따른 가정·사회갈등 해소도"
●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숙련성 등 기업 경쟁력에 보탬청년고용에 걸림돌 근거 희박임금체계 결정은 노사 자율로60세 정년 의무화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인 베이비 부머 712만명의 본격 퇴출에 대한 대책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부모 부양과 자식 양육의 '낀 세대'로 자신들의 노후는 무방비 상태며, 사회안전망도 취약 그 자체다. 세계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55세 이상의 비임금 근로자 비율이 50%를 넘는 서글픈 현실이 이를 웅변한다.
기업은 취약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낮은 초임, 퇴직금과 연계된 연공급 임금체계와 종신고용'으로 노동자를 장기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업의 필요에 의한 연공급은 노동자와의 약속이자, 노동력 확보 및 숙련에 기반한 생산성 제고와 충성도 확보를 위한 유효한 방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IMF 이후 구조조정의 상시화로 우리 노동자의 근속은 외국의 절반을 겨우 넘는 6년 정도. 이는 약속위반이자, 인력낭비와 생산성 저하로 귀결된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정년을 연장함으로써 '기업의 책임'을 '사회적으로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은 연령차별을 이유로 정년제도를 금지하거나 연금재정 안정과 연계한 65세 정년이 대부분이다. 1991년 법 제정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 기업의 정년은 대부분 55~57세다. 60세 정년 의무화는 고령자의 노동시장 잔류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수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를 늦춰 대략 10조원 안팎의 조세 수입 확보로 정부 재정악화를 방지할 수 있으며, 숙련노동력을 계속 활용함으로써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또 정년을 연금지급 시점과 연계할 경우 연금재정의 악화를 완화할 수 있으며, 고령층의 경제활동 계속으로 개인적인 생활안정과 사회적인 부양비 절감으로 사회갈등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청년고용과 정년연장의 대체여부는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무관하거나, 정년연장이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로 청년고용을 촉진시키는 보완적 기능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EU 등이 시도했던, 청년고용을 위한 고령자 정년 축소 정책은 실패로 귀결돼 철회된 바 있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과 일부 직종에서의 청년고용과의 상충문제는 '선량한 사용자'로서의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 및 청년고용할당제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
여야가 합의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임금조정의 의미로 해석하는 일각의 주장은 소탐대실의 우려가 있다. 임금체계는 노사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며, 법적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명예퇴직과 조기퇴직 등 구조조정에 악용, 노동자들의 심한 반발로 2003년 도입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10% 안팎에 그치고 있는 현실은 임금피크제 주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조사결과 노동자의 70%이상이 순수한 정년연장을 원한다. 노사간 자율적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하더라도 정년연장형이 대세이며, 노동자들은 '권리로서 60세 정년의무'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을 빌미로 임금과 퇴직금의 감소만을 초래한다면, 노동자의 반발은 불문가지다.
오는 7월 1일부터 실업급여 보험요율이 1.1%에서 1.3%로 대폭 인상된다. 또, 정년연장이 세수증대를 노린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처럼, 추가적인 세수 증대효과도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바,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 증가는 생산성 증대와 고용유지 및 안정에 대한 일반회계 및 고용보험상의 각종 지원책으로 노사간 추가적 부담이나 손실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노령인구 증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연금수급 인구 폭증 등 머지않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정년연장과 의무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나친 조기퇴직으로 인한 개인과 가정의 파탄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하고 사회 불안요인이 된다. 60세 정년 연착륙을 위한 사회적 지혜를 모을 때다.
"기업들 상황 달라 일률적 적용 무리… 정년연장자 급여 제한 등 보완책 필요"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ㆍ기업법률포럼 대표
생산성 하락·인건비 증대 등기업부담 가중에 해법 마련을세대 간 일자리 갈등도 숙제로
정년 60세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100세 시대를 대비한 본격적인 법제도화가 시작된 듯하다. 이 현상은 베이비부머들의 퇴직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융화작용을 일으킨 불가피한 결과일 수 있다. 다만, 정년 60세를 법률로 강제하여 일률적으로 모든 기업들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방법은 문제다.
현재 우리사회는 이미 2~3%대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있고 청년층 고용률이 1984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38.7%)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정년연장이 모두에게 반가운 일은 아니다. 물론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은 정년연장이 청년층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증거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맹신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60세 정년법을 근로 공급자 입장에서 그 찬반을 따지면 세대 간 갈등만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근로공급자 입장이 아닌 근로수요자, 즉 기업 입장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기업들은 당장 인건비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특히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갖춘 기업들의 경우 법률로 정년연장자의 보수를 통제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인건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는 우리나라 20년 이상 근속 근로자의 임금이 1년 미만 신입직원의 218%(관리사무직), 241%(생산직)에 달하는 반면, 유럽은 120~13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는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정년연장을 조건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으나 현행 노동법상 노조 측이 반대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해법이다. 또한 정년이 60세로 강제되면 기업입장에서는 생산성 하락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3배 이상이지만, 생산성은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1998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게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법 시행 당시 300인 이상 기업 중 93.3%가 이미 60세 정년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 보면, 그 비율이 22.2%에 불과한 우리 현실상 시기상조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일본은 입법 당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지 않아 연착륙이라는 합리적 방법을 택한 바 있으나, 우리 법안은 처벌규정을 당연시하고 있어 이 또한 문제이다.
물론 우리 기업 중 중소기업 ‘헤스본’이 임금피크제 방식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였으며, 현대중공업은 노사합의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60년 정년법을 당장 시행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헤스본은 직접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공정이 많고, 중소기업의 특성상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가 어려운 특수성이 존재했다. 더욱이 고령자의 급여는 정부보조금과 회사가 지급하는 임금을 합해야 신입직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는 고급 기능인력이 계속 일하면 성장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정년연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한 사례를 근거로 60세 정년을 법으로 일반화하기에는 아무래도 근로수요자 입장에서 볼 때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 60세법을 의무화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 정년연장자의 급여한도를 신입직원 수준으로 강제하는 입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정년연장자들의 생산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지정하여 이들에 대하여는 정년연장자 급여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셋째, 60세 정년연장으로 인해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사태가 발생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이 법의 적용을 면제하는 보완장치의 마련 또한 필요하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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