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 체제가 출범과 동시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설정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쇄신ㆍ개혁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지도부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논쟁일 수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선(先) 쇄신 후(後) 연대'에 가깝다. 김 대표는 5ㆍ4 전당대회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것은 안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라며 "민주당이 제대로 혁신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안 의원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을 새롭게 탈바꿈시켜 정당 지지율과 국민적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해야 안 의원 측과의 연대나 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도부는 10월 재보선 전후로 논의를 본격화하되 아무리 늦어도 내년 지방선거에선 야권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안 의원 측이 준(準)정당의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단일화 논의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백가쟁명식 주장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7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안 의원이 손잡고 일하는 게 국민들 보기에 자연스럽다"면서 "안 의원이 입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의 거듭된 부정적 입장 표명과 신당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잦아드는 듯했던 '민주당 입당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친노 강경파로 통하는 문성근 전 상임고문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다른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안철수 신당' 출범시 연대 가능성에 대해 "시민정치네트워크의 경우 특정 정당이나 세력과 미리 손잡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도 "통합을 이뤄내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민정치세력을 규합해 안 의원 측과의 연대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과는 선을 긋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민주당 내 친안(親安)그룹은 사실상 '안철수 신당' 우위의 야권 재편을 기대하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안 의원이 없으면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면서 "안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민주당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역설했다. 한 호남권 의원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이야말로 '안철수 신당'의 본거지가 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안 의원을 중심으로 야권의 틀을 새롭게 짜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의 상황은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안 의원 측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당분간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확인된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연대나 단일화는 아직은 먼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의 국회 상임위가 보건복지위로 확정됐다. 복지위 소속이던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안 의원에게 자신의 상임위를 양보하고 정무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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