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부동산 시장이 이상하다. 뚜렷한 재료가 없는데 매매가가 급등하고, 높은 주택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신규 아파트 분양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대로 가면 수년 내 2000년대 중반에 빚어진 대규모 미분양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구미시는 최근 구미 지역에 아파트 신규분양에 나섰거나 준비중인 주택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분양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사업승인도 가능한 한 억제하는 한편, 사업승인 후 2년 에 착공토록 한 것도 3년 내로 완화하고 부동산시장 시황에 따라 추가 연장해 주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구미시가 이처럼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대로 가면 2000년대 중후반에 빚어진 대규모 미분양사태가 또다시 벌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07년 구미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한 때 3,500가구에 육박했고, 시공사와 협력업체가 연쇄부도, 할인분양에 따른 분양계약자간 갈등 등 심각한 부작용이 빚어졌다. 미분양은 할인분양 등을 통해 지난해 말 겨우 500가구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구미시는 지난해 말 기준 구미지역 주택 수는 17만285가구로 주택보급률은 111.1%, 올 연말이면 112.6%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일 현재 미착공 5개 업체 3,000여가구 등 공사 중이거나 사업승인 내지 접수 물량은 6,591가구에 이른다. 2015년 한 해 동안 입주물량만 4,833가구나 된다.
이는 지난해부터 구미 일부 지역 아파트가 급등하는 등 회복기미를 보이자 주택건설업체들이 미뤄둔 물량을 털어내려고 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미 구평동과 임은동 등 일부 입지여건이 좋은 지역은 최근 1년 사이에 20% 이상 올랐다. 지난 1월 구미지역 아파트값은 전년 동기대비 11.3%나 뛰었다. 전국이 0.5%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대기업의 투자확대와 4단지 확장단지 조성 등 일부 호재를 감안해도 현재 주택보급률과 그 동안의 기업투자 경향, 일부 대기업의 유출 등 부정적인 요소를 따져 보면 최근 시세는 비정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경북 본부장은 "2011년 이후 대구지역에서 이탈한 투자자들이 구미지역으로 유입, 전세가 상승에 이어 매매가 상승을 유발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지표의 상승은 전반적 시장 상황에 대한 착시현상을 초래해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구미시 관계자도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성이 떨어지고 있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현재 업체들이 계획중인 물량이 그대로 쏟아지면 지역 부동산시장은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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