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초 강원 원산지역으로 이동 배치했던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2기를 최근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은 7일 "무수단 미사일의 동향을 정밀 추적 중"이라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무수단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해 어디서든 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의 감시망에 미사일이 포착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기만전술일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달 10일 전후로 미사일 연료주입까지 마치고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던 상황과 비교하면 위협 수위가 현저하게 낮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미사일의 궤적 추적을 위한 관측 레이더를 여러 차례 시험 가동했다가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처럼 미사일 발사 카드를 접은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은 군사적 긴장 수위를 당분간 높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전히 남한과 미국을 향해 위협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는 신중하겠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안에 배치한 것은 실제 발사보다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며 "지난달 30일 독수리 훈련이 끝났으니 북한으로서도 위협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의 방향을 압박보다 대화에 맞추도록 유도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도발 카드를 일단 보류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북한이 각종 매체를 동원해 연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지 않는 한 북한이 원하는 미국과의 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성의를 보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 양국의 군사적 억지력에 한풀 꺾인 측면도 있다.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 3,000~4,000㎞로 괌까지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지난달 B-2,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해 무력시위를 벌인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북 압박 수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의 여력이 부족한 탓도 크다. 북한은 3월 8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094호 채택 이후 사실상 전시상태에 돌입하며 한달 넘게 주민들을 독려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줄이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군인들을 현장으로 동원하면서 군사적 긴장국면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고갈된 상태다.
대북 소식통은 "3월 중순쯤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원 훈련을 사흘간 실시했지만 이후로는 이렇다 할 훈련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의 메시지를 지켜본 뒤 도발위협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북한이 7월 정전협정 60주년 기념행사를 올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도 한반도 안보에 부담이다. 내부 결속을 위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