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후보작 가운데 심사자들에게 즐거운 고민을 가장 많이 선사한 평론집은 김동식의 그리고 류보선의 이었다.
김동식의 평론은 한마디로 머리 좋고 재기 많은 사람의 글이다. 후기구조주의 계열의 여러 이론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대중사회의 감성에 대한 기민한 감각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세련성과 통찰력을 겸비한 텍스트 독해를 내놓는다. 동시대의 많은 문학 기호들이 그의 평론 속으로 들어와 미처 하지 못한 기호 놀이를 신나고 멋지게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김동식의 독해 덕택에 이청준에서 김애란에 이르는 많은 소설 작품이 화사한 표정을 띤다.
류보선의 평론은 열렬함의 극치다. 그의 발언에서는 한국문학과 열애에 빠져 스스로를 탕진하고 있는 한 지성의 흥분과 격정이 느껴진다. 그에게 한국문학사는 스릴 만점의 대하드라마이며 동시대 문학은 유령들의 퍼레이드 혹은 타자들의 무도회다. 동시대 문학 생산 속에서 그만큼 부지런히 사건을 찾아내는 비평가도, 그만큼 열심히 이름을 붙이고자,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하는 비평가도 드물다. 정신분석을 비롯한 고급 이론의 용어들을 그는 아낌없이 한국문학에 헌납한다.
이 두 평론집을 놓고 우열을 가리기란 용과 호랑이의 승패를 점치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다만 비평가로서 직업의식이랄까, 소명의식이랄까 하는 면에서 류보선의 평론이 한결 인상적이었음은 사실이다. 한국문학에 특유한, 상징적 죽음과 실제적 죽음 사이의 존재들, 즉 유령들을 위한 추념 또는 애도의 위치에 자신의 비평 작업을 놓은 류보선의 생각은 범상한 것이 아니다. 한국문학이라는 제도를 심오하게 이해한 비평가만이, 수세대의 작가와 비평가를 자기 내부에 품고 사는 비평가만이 가질 수 있는 자기의식이다. 우리 심사자들은 비평가로서 류보선의 자질과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수상에 전원 합의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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