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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류보선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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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류보선씨 인터뷰

입력
2013.05.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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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비평은 이 작품이 좋다, 나쁘다,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데만 치중해 왔습니다. 문학작품을 보다 큰 맥락 속에서 읽고, 큰 위치 속에 놓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겁니다. 과거 비평이 작가를 지도하고 대중의 독서 흐름을 유도하는 권위를 가졌던 것은 우연히 주어진 혜택이었을 겁니다. 파편화한 각각의 작품들을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맥락화해 읽어주는 것, 그것이 비평 본연의 역할 아닐까요."

(문학동네 발행)로 제24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류보선(51ㆍ군산대 국문학과 교수)씨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위치와 맥락이었다. 그는 1989년 등단 이래 20년 가까이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당대 문학 비평의 최전선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지리지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흥미롭고도 야심만만한 모험을 펼쳐온 현장 비평가다. 수상작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한 25편의 평론을 묶은 그의 세 번째 비평집으로, 한국문학사에 새롭게 형성되는 지형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그의 비평세계가 '유령'이라는 불우한 개념과 행복하게 조우한 열애의 현장이다. 757쪽에 달하는 이 묵직한 사랑의 연대기는 우선 중량만으로도 그의 비평적 근면과 열정을 입증한다.

유령 개념은 "당신은 항상 두 번 죽는다. 상징적인 죽음과 실제적인 죽음이 있고, 그 사이에 있는 동안 인간 존재들은 유령이 된다"고 한 지젝의 발언에서 착안됐다. "살았으되 죽은, 또는 죽었으되 죽을 수 없어 상징질서 너머를 떠도는, 그래서 불쑥 우리들에게 도래하고 출몰하고 현전하는 존재들"이 바로 유령이다.

"비평작업이 한 치도 진척되지 않고 회의와 위기의식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헤매지 말고 일단 작품으로 돌아가자 해서 열심히 작품만 읽어대던 중 문득 '유령'이 찾아온 거죠."

유령과의 대면은 박범신의 와 신경숙의 에서 찰나처럼 이뤄졌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는 상징질서 바깥에 존재했던 탓에 대문자 역사 속에서는 생몰의 과정조차 없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실종된 엄마가 사후 혼령이 돼 현실세계를 바라보는 는 "유령이 한국문학의 중요한 본성이구나"를 깨닫게 한, '류보선 비평'의 일대 사건이었다.

그는 수상작에서 "어느 순간 도래한 한국문학의 유령들을 만나 그들을 애도하고 맥락화하는 과정에서 한국문학은 이전과는 다른 역사지리지를 지니게 됐다"며 "이제 문학은 인간학이 아니라 유령학이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그의 차후 비평은 유령의 개념으로 다시 쓴 한국문학사가 될 참이다. 선제적으로 채택된 개념을 잣대 삼아 작품을 재단하기보다 작품 읽기 과정에서 내재적으로 포착된 개념을 통해 정교하게 다시 읽기를 시도한 덕분에 작품 속 유령들을 호출하고 해명하는 과정에 삐걱거림이 적다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정확하고 또렷한 등고선을 갖춘 가장 최신의 버전으로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그리고자 하는 류씨의 바지런하고도 열성적인 작업은 그 연원이 그가 비평의 전범으로 삼는 옛 은사들에게 가 닿는다. "김윤식 선생님은 저에게 항상 좇고 싶은 이상적인 비평가였습니다. 선생님의 독설은 늘 제 공부의 범위와 맥락이 좁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셨으니까요. 특히 비평은 작품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하는 것이며, 그 사랑은 작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한 것이어야 한다는 그분의 가르침은 두고두고 제 비평의 중요한 지침이 되었습니다."

"어떤 작품도 개별적으로 얘기돼서는 안 된다. 반드시 문학사 속에서 언급되어야 한다"고 가르친 권영민 교수,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중요한 비평의 개념들로 끊임없이 자극을 가해온 문학동네의 동년배 비평가들도 그가 꼽는 어마어마한 비평의 스승들이다.

치열한 언어로 작품을 깊고도 넓게 쓰다듬는 그의 비평은 세상에서 감추기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랑이라는 듯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수시로 들키고 자백하고 토로한다. 최인훈 이청준 황석영 박완서에서부터 윤성희 이응준 이기호 편혜영 천운영 배지영 김언수에 이르기까지, 기울어짐 없는 너른 품으로 문학사와 동시대 문학을 뜨겁게 끌어안는 그의 비평엔 그래서 엿보기의 즐거움도 깃들어 있다.

오늘날 비평은 작품과 독자 사이의 가교라는 과거의 권위를 박탈당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끈질기게 운위되는 문학의 위기의 주범으로까지 지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쇄말적 경향을 보이는 2000년대 문학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곳에서는 늘 비평이 공모자로 함께 소환된다. 이에 대한 류씨의 변론.

"예컨대 황석영의 시대에는 작가가 말하면 모두가 수긍할 만한 사회적 모순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죠. 하지만 사회가 굉장히 미세해지면서 모순도 미시적이고 교활한 방식으로 예외적인 사람들을 제각각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기존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지금 작가들은 루저들의 작은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다들 변화한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 겁니다. 다만 흩어져 있는 고통들을 모아내서 전체적으로 맥락화해 좀 더 세밀하게 읽어주는 것, 그게 향후 현장비평의 과제인 거겠죠."

류씨는 세 번째 비평집으로 거머쥐게 된 이번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을 두고 "꼭 삼수생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 권의 비평집이 매번 심사평에서만 언급되고 아깝게 수상에 실패했던 탓이다. "팔봉 비평을 통해 한국문학사의 흐름을 익혔기에 팔봉은 제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비평가예요. 제가 하고 있는 비평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머뭇거리고 있을 때 팔봉의 이름으로 격려를 받은 터라 더 기쁘고 감사합니다."

■ 약력

▲1962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및 동대학원 문학박사 ▲1989년 에 '분단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김원일론'발표하며 등단 ▲비평집 (2002), (2006), 연구서(2005)

▲2002년 현대문학상(평론 부문) 수상 ▲2004년 소천 이헌구 비평문학상 수상

▲현 군산대 국문과 교수^문학동네 편집위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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