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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만 기지개… '불황형 회복'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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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만 기지개… '불황형 회복' 징후

입력
2013.05.0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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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고용, 투자 등 국내 실물경제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독 민간소비가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안정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비 개선에 기여하는, 이른바 '불황형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획재정부는 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소비는 다소 개선됐으나 고용 증가세는 둔화했고 생산, 투자, 수출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재정부가 그린북을 통해 "소비가 개선됐다"고 진단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달까지 생산, 소비, 수출 등 주요 부문에서 '트리플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내놓은 '경제동향' 5월호에서 "내수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회복세는 대체로 완만하다"며 소비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다.

실제 다른 경제지표들과 견줘볼 때 소비 개선은 두드러진다. 3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2.6% 감소했고,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엔저가 초래한 대(對)일본 수출 부진으로 작년 동월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6.6% 급감했고 건설투자 역시 전월보다 3.0% 하락했다. 현재 경기와 앞으로의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또한 전월보다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소비 개선을 보여주는 대표 지수인 소매판매액 등은 완만한 회복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중 소매판매액은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판매가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이는 작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매판매액은 백화점, 대형마트(할인점), 편의점 등 전수조사와 슈퍼마켓, 전문상품소매점(가전ㆍ통신기기ㆍ주유소 등), 사이버쇼핑몰 등에 대한 표본조사를 통해 산출한 것으로, 민간소비 추이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고, 4월 중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102.0을 기록하며 기준치인 100을 4개월 째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소비만 개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저물가가 낳은 이례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소비는 가계 소득과 직결되는 만큼 통상 고용ㆍ기업투자ㆍ수출 등 다른 실물지표와 맞물려 움직이지만,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소비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2% 상승, 6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체감물가와 별개로 소비자물가 수치의 안정이 지속된 것이 통계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안정으로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일자리 증가폭이 20만개 이상을 유지하는 것도 소비 회복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비 회복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진호 KDI 연구원은 "할인점 의무 휴업 등의 영향으로 4월 소매판매는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선성인 연구원은 "우리 경제에서 비중이 큰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한 소비만 계속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올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소비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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