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찰청장이 젠틀맨 시건방춤을 추는 이유?'
7일 오전 전남지방경찰청 출입기자들에게 이런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전석종 전남경찰청장이 전날 오후 목포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4대악 근절을 위한 플래시몹 행사에서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 시건방춤을 췄다며 전남경찰청이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 제목이었다.
'전석종 청장이 시건방춤을 췄다고?' 평소 괄괄하면서도 열없는 행동을 못하기로 소문 난 전 청장이 시민들과 함께 시건방춤을 췄다는 사실에 기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이메일을 열어봤다. "그럼 그렇지…. 이제 엔간히 좀 하지." 기자들의 얼굴엔 쓴웃음이 가득했다. 보도자료 제목과 달리 전 청장은 전날 플래시몹 행사에서 시건방춤은 추지 않고 행사장 옆에서 춤 구경만 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 4대악과 관련해 경찰의 과잉홍보 지적이 끊이지 않은 터라 "낚였다"는 반응도 나왔다.
잠시 후, 기자들은 보도자료 내용에 다시 한번 놀랐다. 경찰은 보도자료에서 "전석종 전남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과 직원들 그리고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 수백 명이 참여했다"고 강변했다. '시민 수백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자들은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를 뒤져 사실 확인에 나섰고, 그 결과 경찰의 말은 거짓으로 들통났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동원된 전의경들이 대부분이었고, 시민들은 몇십명에 불과했다. SNS에 올라온 플래시몹 동영상은 마치 1980년대 '관제동원' 행사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경찰이 '연출'한 이번 해프닝을 보고 국민들은 무슨 느낌을 받았을까. 물론 4대악 근절에 나선 경찰이 주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그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식의 과장된 홍보는 싸이의 '젠틀맨'만큼이나 '코미디'적이다. 감이 너무 떨어진다. 상부의 4대악 홍보 실적 요구에 경찰의 한건주의 사고가 또 도진 것일까. 이번 해프닝이 전남경찰청에 국한된 '사건'이기를 바랄 뿐이다.
사회부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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