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무기 보유 의지가 선대보다 더 강하다고 판단한 것은 양국이 북핵 문제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두 나라는 그 동안 북한 새 지도부의 안착 여부와 핵 무기 개발 진의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미중 양국의 국가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국은 최근 잇따라 얼굴을 맞대고 북한 핵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을 면담했다. 6자회담 중국측 수석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최근 미국으로 건너가 6자회담 미국측 수석 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김 제1위원장의 핵 보유 의지가 김정일 때보다 더 강하다는 게 미중의 판단이라고 한 것은 양국이 잇따라 접촉한 직후 나온 것이다.
두 나라가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이 북한의 체제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는 북한이 이전처럼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대내적 요인에 의해 위기를 조장한다면 협상의 여지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미중의 북핵 방정식 해법 역시 아직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한 상태다. 미국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국내 여론에 따라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건부터 보고 대화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중국은 '일단 만나야 물건도 볼 수 있다'는 논리로 대화우선론을 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인식 차이는 북핵 사태가 조만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란 일반적 기대와 다른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대결 국면이 막 내리고 대화 국면으로 확 바뀌는 게 아니라 대결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화가 모색되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북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투트랙 전략이 미중의 대립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을 수 있다는데 있다. 투트랙 전략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서도 환영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양쪽 모두에서 배척될 수 있다. 아무 입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과,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 한국이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미중 3국이 제각각 다른 북핵 해법을 내면서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교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할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대북 정책에 대한 한미 의견 조율이라고 보고 있다. 대화에 사실상 소극적인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베이징(北京)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 지도부의 변화로 북핵 문제가 예전보다 더 복잡해졌다"며 "창조적인 해결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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