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구전민요 '아리랑'을 주제로 약 40년간 작품을 그려온 김정(73) 화백이 미국에서 전시회를 연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UNESCO)가 아리랑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기념해 주미한국대사관문화원 초청으로 열리는 행사다. 6일 만난 김 화백은 "아리랑은 희로애락이 함축된 한국인의 마음이자 잠재적 고향"이라고 정의하며 "싸이 노래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유산도 훌륭하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문화원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김정-워싱턴아리랑'에는 그의 작품 35점이 소개된다.
서울 성북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아리랑을 아버지나 어른들이 주흥에 젖어 부를 때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때는 어른들의 푸념 어린 노래쯤으로 알았지만, 경희대 서양화과를 휴학하고 입대해 접한 아리랑은 달랐다. "최전방인 강원 양구군 민간인통제구역에서 매일 보초를 서면서 군의 허가를 받아 그곳에서 농사짓는 어른들의 아리랑 노랫소리를 듣게 됐어요. 진솔한 삶의 정서가 담긴 그 노래와 어릴 적 어른들이 흥얼거리던 아리랑이 겹쳐 떠오르면서 아리랑이 시처럼 감각적으로 느껴졌어요."
아리랑에 관심이 생긴 김 화백은 노래를 회화로 표현하고 싶었다. 청각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구전민요 아리랑이 어떻게 현재의 틀을 갖춰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30대부터 각 지역을 답사하고, 사람들을 만나 정서를 파악했다. "힘든 사람은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마음, 기쁜 사람은 흥을 통제하려는 마음 두 가지 정서가 아리랑에는 존재해요. 이런 심리상태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노래였던 거죠."
그래도 청각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 화백은 그리고, 또 그려 작품을 하나 둘 완성해 갔다. "화면은 동청ㆍ남홍ㆍ서백ㆍ북흑의 사방색(四方色)을 기본으로 하고, 그가 느끼는 감정ㆍ음율에 따라 변용했어요. 작품은 35점이지만, 모두 합치면 수 백 번 그렸습니다."
작품 '강원정선아리랑2'(1985)는 '이런 데 사람이 사는구나' 싶을 정도로 첩첩이 쌓인 산봉우리와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인상적이고, '서울경기아리랑'(2004)은 고궁과 고층빌딩 등 고금의 조화를 표현했다. 종전60주년을 기념, 6ㆍ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미군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두 달에 걸쳐 '워싱턴디시아리랑'을 따로 그리기도 했다.
그의 희망. "이제 아리랑은 세계인의 노래가 됐어요. 아리랑이 정신문화의 기둥이 되도록 정부가 아리랑박물관을 세웠으면 해요. 그러면 그 동안 제가 수집한 자료나 제 작품 등을 전부 기증할 겁니다."
글ㆍ사진=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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