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자국에서는 18년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무라카미는 6일 교토대 백주년기념홀에서 열린 문학 세미나에 참석해 하루키스트(무라카미의 열성팬) 500여명을 만났다. 사생활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무라카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5년 고베 대지진 직후 복구 과정에서 열린 책 낭독 행사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세미나 취재는 엄격히 제한됐으며 녹음기, 카메라 등은 사용이 금지됐다. 무라카미는 "나를 멸종 위기종이라고 생각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만약 내게 무심코 말을 걸거나 손을 대면 나는 겁을 내고 물어버릴 것"이라며 "조심하라"고 말했다.
무라카미가 무대에 서게 된 것은 교토대 명예교수와 문화청 장관을 지낸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河合隼雄, 2007년 작고)와의 오랜 친구였던 인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는 가와이 하야오 소설상ㆍ학예상 창설을 기념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무라카미는 최근 공개한 소설 에 대해 "처음에는 단편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주인공을 이끄는 등장 인물에 나 스스로 이끌려 결국 장편이 됐다"고 말했다.
는 청춘 시절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26년 후 원인을 제공한 옛 친구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소설로 4월 12일 출간된 지 6일만에 100만부가 팔리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보스턴 테러 참사를 위로하는 글을 통해 자신이 1995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사건 피해자를 인터뷰해 를 썼던 기억을 되살렸던 무라카미는 이 자리에서도 당시 경험을 털어놓았다. 무라카미는"참사로 남편을 잃은 여성을 인터뷰하고 돌아가던 길에 열차 안에서 울음이 터져 1시간 이상 그칠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런 종류의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다른 이야기를 쓸 때조차 다시 돌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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