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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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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환생

입력
2013.05.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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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름만 입력하면 오만 가지 것들을 점쳐 주는 농담 사이트다. 그 중 나는 며칠째 '환생'이라는 항목에 재미가 들려있다. 결과가 매일 다르게 나온다. 어제의 나는 다음 생에 연지벌레로 태어나 딸기우유의 색소로 쓰이며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게 된다고 한다. 오늘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빛깔의 멍게로 환생해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된다고 한다. 막 웃음이 나왔다. 이토록 환한 미물이라니. 게다가 하루하루의 다음 생이 다르니 얼마나 오색찬란한 변신인가.

일종의 '뻘짓'이지만서도 마음이 들떴다.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이런 질문을 몇 번 받은 적 있다. 또 나 스스로에게 던진 적도 있다. 가난한 상상력으로 기껏 나는 '어떤 사람'이 되거나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한 다음엔 으레 한숨만 나왔다. 이 삶에서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임을 못 박는 셈이었으니까.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지금은 저 장난스런 환생의 세계에 내 꿈의 촉수를 은밀히 담그고 싶어진다. 한숨 대신 하루치의 엔돌핀이 돌도록. 어제의 나는 연지벌레로 태어날 테고 오늘의 나는 멍게로 태어날 테니 내일의 나로부터 시작해 볼까. 내일의 나는 칠레홍학으로 다시 태어나 긴 외다리로 오래오래 서 있는 기술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모레의 나는 다음 생에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하나의 돌멩이가 되어 지구의 우울한 사람들을 지켜주게 될 것입니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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