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유신시대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해 대법원에 비상상고해줄 것을 검찰총장에게 청원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판결이 법령에 어긋나는 사실이 발견될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재심리를 요청하는 비상구제절차다. 긴급조치 1ㆍ2ㆍ9호는 2010년과 올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해 잇따라 위헌결정됐고, 긴급조치 4호에 대해서도 곧 같은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민변의 청원은 이런데도 정작 피해자 구제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2006년 과거사정리위에 따르면 긴급조치 관련 판결이 1,400여 건에, 관련자는 1,000명 가까운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그러나 현재 각 법원에서 재심절차 중인 피해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재심에서 무죄선고 받은 성내운 전 광주대 학장 등 상당수 피해자가 이미 사망하거나 고령으로 재심청구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민변의 설명대로 그나마 학생운동이나 재야운동을 했던 지식인 계층은 권리구제에 대한 인식이 분명한데 반해, 술자리 등에서 한 발언 등으로 처벌받은 이른바 '막걸리 피해자'들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위헌결정 이후 법원은 즉각적인 재심개시 선언에 이어 구형, 판결까지 하루에 모두 신속하게 마치는 '즉인선고'를 할 만큼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는 이제 단순한 절차 문제다. 결국 국가가 지금까지처럼 소극적으로 재심청구 피해자에 한해 구제할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관련 피해자 전원에 대한 일괄구제에 나설 것인지가 핵심이다.
우리는 과거 국가권력이 지극히 부당하게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이상, 그 권리구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비상상고 청원 접수 후 검찰총장은 90일 내에 입장을 정하도록 돼있다. 채동욱 총장도 청문회 등에서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부당한 법에 의해 침해된 국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검찰이 새롭게 다짐하는 올바른 검찰권 행사 방향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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