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민주당이 '60년 정통 야당'의 맥을 잇는다고 할 때, 그 뿌리는 1955년 9월에 결성된 민주당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이 계기가 됐다. 독립과 건국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쌓은 업적과 별개로, 부패한 자유당은 독재로 치달았다. 사사오입 개헌은 민주정치의 한계를 넘은 위헌적 폭거였다. 소장 의원 14명이 자유당을 탈당했고, 야권에선 범(汎)야당연합전선이 구축돼 통합야당 창당 운동으로 이어졌다.
■ 그 결과 9개월여 만에 창당된 민주당은 민국당 의원들을 축으로 자유당 탈당파와 원내 군소정파가 연합한 정당이었다. 정강 첫머리에 '독재 배격'과 '민주주의 발전 기약'을 내세움으로써 이후 반(反)독재 민주화투쟁의 이념적 깃발을 들어올렸다. 민주당은 4ㆍ19 혁명 직후인 60년 7월 총선에서 전체 233석 가운데 175석(75.1%)을 휩쓰는 압승을 거두며 집권에 성공한다. 하지만 끝없는 계파 갈등과 정정 불안으로 5ㆍ16 군사정변을 맞은 끝에 허망하게 해체된다.
■ 이후 보수 야당의 정통성은 67년 2월 민중당과 신한당이 합당한 신민당으로 이어진다. 80년까지 13년여 간 전개된 신민당 시대는 줄기찬 민주화투쟁 속에서 YS, DJ 등 2인이 야권의 영수로 자리잡는 시기이기도 했다. DJ는 71년 4월에 치러진 7대 대통령 선거에 신민당 후보로 출마했고, YS는 80년 신군부의 집권으로 당이 해산될 때까지 총재로서 신민당을 굳건히 지켰다.
■ 신민당의 맥은 또 다시 87년 양 김이 협력해 결성한 통일민주당으로 넘어간다. 통일민주당 시절이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정점을 기록한 때다. 하지만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보람도 없이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양 김은 끝내 분열했고, 이 때의 분열이 후에 YS의 보수대연합인 '3당 합당'과 DJ의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은 60년 전 민주당의 '영혼'을 계승했으되, 본질적으로는 아직 'DJ 민주당'을 극복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의 새 활로를 어떻게 열어갈 지 주목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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