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A(일진) "오~ '노스페이스!'한 번 벗어봐, 금방 입고 돌려줄게."
학생B(왕따) "어, 안 되는데. 이거 생일선물로 엄마가 사주신 건데."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 북부경찰서 회의실에서 열린 학교폭력예방교육에서 경찰관들과 중학생이 만들어낸 역할극의 한 장면이다. 이른바 일진(학교폭력조직)인 학생 A 등은 경찰관들이, 학교폭력 피해학생인 학생 B는 실제 중학생이 각각 역할을 맡았다. 교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진들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점퍼 '빌려입기'가 또 다른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설정된 역할극이었다.
이날 공연은 전국 최초로 학교전담경찰관 6명으로 구성된 폴인러브스쿨 연극단이 학교폭력의 실태와 예방법을 역할극 형태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관내 2개 중학교 학생 20여명도 역할극에 참여했다. 경찰관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이 역할극은 학생 참여가 핵심이다. 경찰관들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다양한 학교 폭력 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역할극을 통해 피해학생 사례를 경험해 보고 대처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50분 공연 시간 가운데 10여분 정도는 경찰관들이 학교폭력 상황을 연기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역할극으로 꾸며졌다.
경찰은 역할극이 끝난 뒤에는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생들의 눈 높이에 맞는 예방교육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역할극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은 물론 스스로 대처방법을 내놓기도 한다"면서 "연중 격주 토요일 관내 학교들을 찾아가 역할극 공연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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