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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방랑 10년… 이제야 대우받는 고교야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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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방랑 10년… 이제야 대우받는 고교야구 천재

입력
2013.05.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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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잘 나가던 수필집 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 있다. 거인 군단의 새로운 4번 김대우(29ㆍ롯데)도 아픈 시간을 보냈다.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초반, 너무 아팠다. 지금은 그 아픔이 '약'이 되고 있다.

김대우가 2003년 롯데의 지명을 받고도 메이저리거의 꿈을 쫓느라 입단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던 일, 투수에서 타자로 전환할 때 방황했던 기억에 대해 4일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다. 지금 김대우는 "나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한다.

광주일고 야구 천재의 방황, 그리고 오해

김대우는 2002년 광주일고 3학년 때 전국에서 손꼽히는 '야구 천재'였다. 투수이자 4번 타자로 그 해 청룡기와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을 이끌며 최고 선수로 떠올랐다.

김대우는 2003년 롯데 2차 1번으로 지명된 뒤 계약금 5억원을 제시 받았지만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어 이를 포기했다. "당시엔 선진 야구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실패하더라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제로 고려대에 입학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2006년 상무에 입대해 2007년 제대했다. 그러나 불러주는 구단이 없었다. 제대 후 두 달 뒤 김대우는 대만 리그(CPBL) 진출을 추진했다. "롯데가 싫어서 대만으로 떠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대우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한 팀으로부터 대만 현지 리그에서 뛰면서 경기 감각을 익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절대 국내에서 뛰는 게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성타이 코브라스(해체) 팀에서 테스트를 받은 김대우는 정작 2군 연습 경기 3게임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만 현지에서 국내 프로야구에 지명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입단 계약도 무산됐다. "모든 게 내 잘못이었다.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앞서 규정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대만으로 건너갔던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롯데 입단, 그리고 투수에서 타자로 전환

김대우는 2008년 계약금 1억원에 롯데와 계약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2002년과 달리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2009년 4월25일 부산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최악이었다. 데뷔 무대에서 5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너무 충격을 받아 한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질 않았다. 뜻대로 잘 되지 않으니 야구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밝혔다.

김대우는 2011년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향을 고민했다. 당시 2군 사령탑이었던 박정태 롯데 감독의 권유였다. 우연히 자체 연습 경기에서 타자가 부족해 대타로 나갔던 김대우가 안타를 때려내는 모습을 본 박정태 전 2군 감독은 투수가 아닌 타자로 나설 것을 설득했다. "당시 타자로 전향하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 어깨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투수를 계속하는 것보다 타자가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2011년 7월 김대우는 2군에서 본격적인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삼진을 먹어도 안타가 1~2개 나오다 보니 야구가 재미있더라. 투수를 할 때 너무나 침체됐었는데 새롭게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절박한 김대우가 항상 웃는 이유

"눈빛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비 시즌 동안 올해의 키플레이어로 김대우를 지목했다. 지난해 타자로 첫 출전해 공식 데뷔 안타가 1개도 없던 김대우였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의아해 했지만 박 코치는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 내후년에 분명 롯데의 중심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김대우는 6일 현재 23경기에 나가 타율 2할5푼7리, 1홈런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타자로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득점권 타율이 3할7푼5리를 기록, 해결사 능력을 보였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김대우의 가장 큰 장점은 부드러운 스윙이다. 190㎝의 커다란 체구임에도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는다. 이승엽을 연상시킬 정도로 부드럽고 간결하게 방망이를 돌린다.

김대우는 늘 그라운드나 덕아웃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4년 동안 투수할 때 정말이지 너무 찡그렸다. 그 때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지금은 일부러 더 밝게 웃고 싶다. 긍정적인 마음도 생기고 좋은 것 같다"고 웃음의 이유를 밝힌다.

거인 군단의 4번 타자, 롤모델은 이대호

롯데의 대표적인 간판 타자는 역시 이대호(오릭스ㆍ31)다. 아직도 롯데 팬들 가운데는 이대호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대우는 자신의 롤모델로 주저하지 않고 이대호를 꼽았다. "대호형은 정말 큰 산 같은 존재다. 내가 대호형을 반드시 뛰어넘어야겠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왕 하는 거 4번 타자로서 대호형처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우는 올 시즌 큰 목표가 없다. "신인왕도 좋지만 내겐 그런 것보다 매 경기 한 타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항상 악착같이 최선을 다해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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