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들이 마치 굶어 죽은 사람들처럼 앙상한 몸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독방 안에 누워 있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수감자들이 단식투쟁 중인 미국령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내부를 시찰한 변호사ㆍ인권단체의 현장보고서를 5일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관타나모 수용소 전체 수감자 166명 가운데 100명 이상이 단식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수용소 측은 최대 13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단식투쟁 수감자들에게 수시로 소리를 질러 탈수 증상 등으로 정신을 잃는 것을 막고 있다. 수감자 가운데 극심한 단식으로 체중이 너무 많이 감소한 23명은 줄로 온 몸을 묶어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고 있다. 수용소의 배리 윙가드 중령은 "코에 튜브를 끼워 위까지 연결시킨 다음 음식을 주입한다"며 "단식투쟁 수감자에게 한 끼 식사를 주는데 2시간씩 걸린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단식투쟁 수감자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40명의 의료진을 추가 파견했다. 그러나 쿠웨이트 출신 수감자 파이즈 알 칸다리는 "수용소는 우리가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방해하고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단식투쟁은 2월 6일 소지품 검사 과정에서 이슬람 경전 코란이 함부로 다뤄진 데 대한 수감자들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특히 3월 13일 독방 수감자들의 퇴거를 요청하던 일반 재소자들을 수용소 측이 둔기 등으로 제압하면서 단식 참가 수감자가 배로 늘었다. 이번 단식투쟁은 관타나모 수용소가 운영을 시작한 이래 최장기이자 최대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집권 2기 100일 기자회견에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 전담팀을 구성해 의회에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하고 취임 직후 이를 추진했지만 의회가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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