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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93> 한국인 첫 북극점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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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93> 한국인 첫 북극점 정복

입력
2013.05.0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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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월 7일 새벽, 마침내 북극점에 태극기가 꽂혔다. 현지 시각 새벽 1시, 한국 시각으로는 오후 3시에 이뤄진 쾌거였다.

한국 '오로라 탐험대'의 최종렬, 신정섭 대원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휴대하던 위성 교신 위치 표시기 아르고스를 바라보았고 계기판은 북위 89도 59분 58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 90도와는 2초의 차이였지만 극점에 1분의 오차를 적용하는 국제 규정에 따라 한국인의 발걸음이 북극점에 처음 닿는 역사적인 순간이 됐다. 1909년 미국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가 세계 최초로 북극점을 밟은 이후 국가로서는 11번 째, 팀으로는 18번째 이룩한 쾌거였다.

허영호 대장과 고정남 단장 최종렬 신정섭 최종인 정재환 대원 등 6명으로 구성된 '오로라 탐험대'가 3월 8일 캐나다의 워드헌트 섬을 출발한 지 62일만으로 이는 89년 7개국 혼성팀의 최단 시간 돌파 기록인 57일에 5일 뒤지는 기록이고 스노모빌이나 개썰매, 오토바이 등을 이용하지 않고 온전히 인간의 힘만으로 탐험을 마친 7번째 성공이었다. 당초 공격조였던 허영호 대장과 최종인 대원이 불의의 화상 사고로 이송된 후였다.

탐험대의 루트는 에스키모들이 '악마의 땅'이라 부르는 북극에서도 가장 험난한 코스였다. 탐험대는 영하 80도에 이르는 혹한과 얼음이 갈라져 바닷물이 들여다보이는 리드와 유빙을 헤치며 1,200km의 거리를 하루 평균 시속 20km의 속도로 내달렸다. 생명을 위협하는 악조건들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속도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북극점에 태극기를 꽂은 최종렬 대장대행은 위성 전화를 통해 '기적 같은 일로 감격스럽다"며 정복의 공을 베이스 캠프에서 무전기를 통해 루트를 지휘한 허영호 대장에게 공을 돌렸다.

북극은 북위 66도 30분 이북의 지역으로 지구 육지 면적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남극 대륙과 달리 대부분 얼음이 뒤덮인 바다로 이뤄져 있다. 180일간 밤이 계속되기도 하고 4월 초부터는 백야가 시작돼 오로라 현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1991년 오로라 탐험대의 북극점 첫 정복이래 한국인으로서는 95년 허영호를 대장으로 한'북극해 횡단 탐험대'가 도보를 통해 다시 북극점에 발을 내딛었다. 이어 2005년 5월 산악인 박영석씨가 북극점에 도달하면서 그는 8,000m급 14봉과 7대륙 최고봉, 그리고 남북극점을 모두 밟는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세계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사하라 사막 도보횡단 기록도 보유하고 있는 최종렬 대장과 허영호 대장은 탐험가의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랜드슬램 달성의 주인공 박영석 대장은 2011년 10월 안나푸르나에서 하산 중 실종돼 영원히 산악의 품에 묻혔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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