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사 시험 비리는 김종성 교육감이 차기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인 불법행위로 결론 났다. 김 교육감은 이 과정에서 대상자 물색, 시험문제 빼돌리기, 출제위원 포섭, 논술문제 유출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다수 동원해 경찰 관계자들마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장학사 선발시험 문제유출 관련, 김 교육감과 교육청 감사담당 장학사 김모(50ㆍ구속)씨 등 모두 46명을 적발해 이 중 6명을 구속하고 39명 불구속, 1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2011년 10월쯤 감사 담당 장학사 김씨에게 선거를 도운 한 사립학교 체육교사 이모(47)씨 등 3명을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씨는 인사담당 장학사 조모(52·구속)씨와 태안교육지원청 장학사 노모(47·구속), 천안교육지원청 장학사 박모(46·사망)씨와 공모해 시험 예상 문제를 만들어 이씨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체육전공 출신 전문계열 전형계획까지 새로 수립했다.
이들은 또 차기 교육감 선거에 대비, 합격시킬 대상을 물색하면서 사회활동 내역을 기재한 프로필을 받기도 했다. 사회활동을 많이 해 인맥이 풍부한 응시자를 선거에 동원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문제를 빼돌리는 수법은 더욱 대담했다. 이들은 다른 출제위원이 소집되기 전 짬짜미 문제를 만들어 놓고 출제장에 몰래 갖고 들어간 휴대전화 등을 통해 문제를 유출했다. 이들은 또 일반 응시자를 탈락시킬 목적으로 고난도의 논술문제를 끼워 넣기도 했다. 당연히 이 논술 문제는 유출 대상자에게는 미리 전해졌다.
시험 후에도 이들의 대담한 작업은 계속됐다. 채점 규정에는 답안 작성자의 이름을 가려 대상을 알 수 없게 했으나 이들은 일정한 순서대로 시험지를 배열, 특정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답안지 3분의 2 이상을 비워 놓은 응시자도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논술 뒤 치러진 면접 과정에서는 예상문제를 적어둔 쪽지를 볼펜에 숨겨 시험 당일 합격 내정자에게 건네 주는 첩보영화 식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와 2011년 장학사 시험과정에서 문제를 유출해 조성한 뇌물 3억8,600만원을 감사 담당 장학사 김씨의 지인에게 보관시킨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김 교육감이 김 씨에게 "선거자금을 마련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를 내린 점으로 미뤄 이 돈을 차기 교육감 선거 자금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관련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중등장학사 선발시험에서만 돈 거래가 이뤄진 점 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계의 폐쇄적인 시스템상 교육감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워 이 같은 치밀하고 대담한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등 장학사 선발 과정에서는 김 교육감의 지시나 돈 거래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보강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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