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개성공단 정상화의 조건으로 '적대행위 및 군사도발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개성공단에서 남측 인원이 전원 철수한 지 이틀 만에 북한이 공단 폐쇄 등 강공 대신 정상화의 조건을 언급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군사적 조건을 제시하고 나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향한 협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남조선 괴뢰들은 개성공업지구의 운명이 진정으로 걱정되고 파국상태에 처한 북남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두렵다면 우리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대변인은 "바로 여기에 차단된 통행이 열리고 끊어진 통신이 회복되며 공업지구 운영이 정상화되는 길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런 언급은 우리 측이 개성공단 처리와 관련해 요구한 추후 협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뒤풀이 한 것으로 정부는 이런 언급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북측은 추가 협의를 위한 군 통신선 재개 요구에 하루빨리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일 북측 근로자의 3월분 임금과 세금 등 1,300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추후 협의를 위해 판문점 및 군 통신선 채널 재개와 입주기업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등을 요구했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이와함께 5월10일로 예정된 한미 해상합동훈련과 8월의 '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거론하며 "바로 이것이 개성공업지구를 완전폐쇄의 위기에 몰아넣은 주범들이 겉으로는 '정상운영'설을 내돌리며 취하고 있는 대결과 전쟁소동의 단면"이라고 억지 주장을 폈다. 북한이 '도발 중지'를 개성공단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실제는 한미 군사훈련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남북의 개성공단 추가협의는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무협의 보다는 '핵 보유국 지위 굳히기'등을 겨냥한 대미 압박 공세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당장 단전ㆍ단수 조치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지만 북측의 무모한 태도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7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개성공단 사태의 중대 변수로 점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아직까지 완전폐쇄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내놓지 않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가 나오는지 여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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