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지시를 받아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작성한 일반인 보조요원(PAㆍPrimary Agent)의 실체 파악에 나선 가운데, 현직 경찰관이 국정원 요원과 일반인의 매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와 일반인 이모(42)씨가 김씨의 아이디를 공유해 대선 관련 게시 글을 올린 사실을 파악하고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 A씨의 존재를 발견했다. 김씨와 이씨의 통화내역을 정밀 분석한 결과, 대선을 앞두고 한 달 동안 A씨가 김씨와는 400회, 일반인 이씨와는 40회 가량 통화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 김씨와 이씨는 단 한 번도 통화한 적이 없었다.
당시 경찰은 김씨와 이씨를 공범 관계로 봤던 만큼 A씨가 두 사람간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의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위층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현직 경찰이 연루될지도 모른다는 소식 때문에 바짝 긴장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A씨가 글 작성과 관련해 국정원 요원의 지시를 받은 보조요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김씨와는 이 일과 무관하게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김씨에게 글 작성과 관련한 지시를 받아 이씨에게 전달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김씨와 대질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김씨의 거부로 무산됐다. 결국 경찰은 A씨가 이 사건에 연루됐는지 여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현재 경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A씨의 혐의점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A씨가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직 경찰관도 국정원 요원의 PA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어 경찰과는 다른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검찰은 주말인 4일부터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중간 간부들을 잇따라 불러 댓글 작성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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