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10개 등급으로 나뉘는 현행 신용등급 체계에서 각 등급마다 적용되는 신용대출 금리가 심각한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등급의 고신용층과 8~10등급 사이 저신용층의 대출금리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5~7등급 사이 중신용층은 한 등급이 낮아질 때마다 대출금리가 2~3%포인트씩 급격히 뛰는 이른바 '금리단층'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 전반에 심화되고 있는 '신용 양극화'의 결과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한은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시중은행과 2금융권을 동시에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들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용등급별로 최저 11%에서 최고 22.6%였다. 4분의 3 이상(76%)이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신용 1등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11%로 낮았지만 절반 이상(54%)이 저축은행ㆍ상호금융ㆍ대부업체를 찾는 10등급은 평균 금리가 22.6%에 달했다.
특이한 것은 고신용층(1~4등급)과 저신용층(8~10등급)의 평균 대출금리가 각각 13.4%와 22.4%로 최고ㆍ최저 등급의 대출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이들은 시중은행을 찾건, 카드대출이나 신용금고를 이용해도 신용등급 간 차별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반면 5등급은 16.2%, 6등급은 19.0%, 7등급은 21.8%로 등급간 금리 격차(1.3~2.8%포인트)가 상당하다. 똑 같은 3등급 차이라 해도 1등급과 4등급은 금리 차이가 3.9%포인트인데 반해, 4등급과 7등급은 6.9%포인트나 된다. 신용등급 체계 안에서 이른바 금리단층이 존재하는 것인데, 특히 5~7등급 사이 계층은 신용등급이 한 단계 밀릴 때마다 엄청난 이자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1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렸을 경우 4등급과 7등급간의 1년간 이자부담은 7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게 된다.
이는 최근 가속화되는 신용 양극화 때문이다. 불경기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진 우량 금융사들이 저마다 중ㆍ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이면서 이들이 상대적 고금리의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나 평균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2010년 6월에서 작년말 사이 저신용ㆍ저소득층(신용 7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3,000만원 미만)의 은행 대출 이용 비중은 17.2%에서 15.2%로 낮아진 반면, 2금융권(54.3→55.3%)과 대부업(28.5→29.5%) 비중은 증가했다.
비은행권에서도 저신용층은 더 높은 금리로 밀려나고 있다. 그나마 금리수준이 낮은 상호금융(10% 미만)이나 보험(10~15%), 신용카드(15~25%) 대신 저축은행(25~35%)이나 대부업(30% 이상)을 찾게 되는 것이다. 2010년6월~작년말 사이 은행만 이용하다 비은행권 대출까지 받게 된 복수채무자는 24만명 증가했으며 비은행권에서 대출기관을 더 늘린 다중채무자는 68만명이나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 양극화로 인한 금리단층 현상은 다중채무자들의 부채의 질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저축은행ㆍ대부업체 등의 연체율 증가로 이어져 금융권 건전성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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