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5ㆍ4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 결과는 친노 주류에서 비주류로의 전면적인 세력 교체로 요약된다. 이는 무엇보다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출범 이후 당권을 장악하며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주도한 친노 주류 세력에 대한 대선 패배 책임론이 당 저변에 두루 퍼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전대를 앞두고 계파 정치를 청산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범주류의 결속력이 약화한데다, 친노 그룹에 유리하게 작용한 모바일 투표가 배제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친노 주류에 대한 당내 '심판' 분위기는 당 대표 경선의 압도적 표차로 드러났다. 범주류 측 이용섭 후보가 강기정 후보와의 단일화로 비주류 측 김한길 후보와 맞대결 구도를 만들며 막판 세 결집에 나섰지만, 결과는 23.4% 포인트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표차의 패배였다. 이 후보가 친노 주류의 지원을 받는 '범주류 후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친노의 패배는 더욱 극명하다. 친노 인사인 윤호중 후보가 10.11% 득표율로 7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꼴찌를 기록했다. 최고위원에 당선된 신경민ㆍ조경태ㆍ양승조ㆍ우원식 후보 중 신경민, 우원식 후보가 범주류로 분류되긴 하지만 친노 색깔은 옅다.
이 같은 결과는 당심(黨心)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명숙, 이해찬 대표에다 문재인 대선 후보를 배출한 친노 세력이 총선ㆍ대선의 잇단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권에서 물러나고 비주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당 저변의 기류가 표심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 계파 투표를 청산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오더금지모임'이 결성돼 대의원들에게 계파 투표를 지시하는 '오더(order)'를 내리지 않겠다는 결의를 했다. 이 모임에는 현역의원 45명과 원외 지역위원장 11명이 동참했는데, 범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이는 친노를 중심으로 뭉쳤던 범주류의 결속력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전대를 계기로 민주당 내 계파 구도가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뭉친 범주류는 친노 세력을 중심으로 정세균계 및 486그룹, 김근태계 등이 손을 잡은 구도였다"며 "하지만 친노가 당권에서 밀려나면서 각 세력들도 각자 도생하며 이합집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전대에서 모바일 투표가 배제된 것도 친노 세력 위축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6ㆍ9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대의원 투표에서 이해찬 후보에게 앞섰으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투표에서 뒤져 고배를 마셨다. 당시 비주류 측에선 모바일 투표가 친노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돼 당심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친노 진영 측은 모바일 투표 배제가 국민 참여를 제한해 당의 외연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친노 측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대가 대의원ㆍ당원 중심으로 치러진데다 권리당원 투표율이 30%에 불과했다"며 "개혁적인 당원과 시민들이 이번 전대에 관심을 잃고 당을 떠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친노 측으로선 이번 전대 결과를 친노 책임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전반적 위기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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