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있는 작은 암자 영일암의 주지 현응(75) 스님이 개인 소유 사찰 재산 6억원을 동국대에 기부한 사실이 '부처님 오신 날'(17일)을 앞두고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동국대에 따르면 현응 스님은 지난달 중순 학교에 미리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동국대 계좌로 6억원을 송금했다. 영문 모르는 거액이 입금된 것에 놀란 학교 측이 과거 기부자 명단에서 스님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자 현응 스님은 "대단한 일도 아니어서 미리 알릴 필요를 못 느꼈다"면서 "인재 양성과 학교 발전을 위해 써 달라"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2007년에도 사찰 소유의 토지가 수용되면서 받은 보상금 3억7,000만원을 동국대 일산병원 등에 전액 기탁했다.
현응 스님은 요즘 웬만한 종교인들은 다 사용하는 휴대전화, 신용카드, 자동차, 인터넷을 일절 쓰지 않아 신도들 사이에서 '4무(無) 스님'으로 불린다. 40대 중반에 출가한 스님은 30년 넘게 기워 입어 누더기가 된 승복을 여전히 걸치고 다니고, 20년 전 마련한 소형 오토바이를 "벤츠보다 좋다"며 자랑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영일암은 일붕선교종에 소속된 현응 스님의 개인 사찰. 그러나 스님은 "빈손으로 태어난 것처럼 나중에도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자비를 강조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불자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3일 스님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한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스님이 기부금의 용도를 학교에 위임한 만큼 뜻을 기릴 수 있는 곳에 소중히 쓰겠다"고 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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