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4일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최고위원 4명도 친노(친 노무현) 주류와는 거리가 먼 비주류다. 한명숙ㆍ이해찬 체제로 이어져 온 친노 주류 지도부가 퇴장하고 비주류가 제1야당의 신 당권파로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민주당'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김한길호'가 바닥까지 떨어진 민주당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념의 선명성을 포기하는 대신 중도노선 강화와 생활밀착형 정당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정강ㆍ정책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 등의 표현이 삭제됐고,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 존중' 등의 표현이 추가됐다. 김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생활밀착형 정책 제시를 강조한 데 이어 조만간 당내에 혁신위원회를 설치할 의지도 내비쳤다. 당명도 민주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개명했다.
김 대표는 계파주의 타파를 비롯한 변화와 혁신도 약속했다. 특히 김 대표는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라고 쓰인 명찰을 다 떼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직 민주당이라고 쓰인 명찰을 다 같이 달고 혁신에 매진하겠다"며 대통합을 주장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 국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대여관계 관리에도 나섰다.
하지만 김한길호가 헤쳐 나가야 할 정치현실의 파고는 녹록치 않다.
우선 극한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당의 분열상에 종지부를 찍고 민주당을 재건해야 한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아래서 인사와 예산에 대한 전권을 확보함으로써 김 대표가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여건은 일단 마련됐다. 하지만 전당대회 직전 친노 진영의 핵심인사인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계파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지도부에 호남ㆍ친노 인사가 배제된 점도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야권 재편의 핵으로 떠오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설정도 쉽지 않은 과제다. '안철수 신당' 창당설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의 동요가 진작부터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와 안 의원이 당분간 야권 주도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다 10월 재보선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한길호의 최대과제는 무엇보다 국민적 신뢰 회복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국민의 관심권에서 사라졌고 당 지지율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새누리당은 물론 설(說)로만 존재하는 '안철수 신당'에도 큰 차이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김한길호를 향해 친노 그룹까지 아우르는 대탕평 인사를 비롯한 파격적 변신을 주문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새 지도부가 파격적 조치를 포함한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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