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도 조심스럽다. 'Do you have a boyfriend?'나 'Do you have a girlfriend'라는 용어가 비문법적이거나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문법상 100점짜리 문장일지라도 이 질문 속에는 상대방이 이성 친구만 사귄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동성연애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적절한 질문은 'Are you dating anyone?'이라고 해야 뒤탈이 없다.
한국에도 타국 출신의 아내가 많아지는데 이를 'foreign wife'라고 부른다면 어떨까. 미국에서는 유사한 문제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호칭이 꾸준히 이슈가 되었다. (1) foreign students냐 (2) international students냐 용어가 문제가 된 것이다. Iowa대학처럼 foreign students, international students 같은 두 가지 용어를 혼용하는 곳도 있지만 점차 international students 호칭이 더 많아졌다.
300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foreign students라는 말이 표준어이긴 하지만 듣기에 따라 나와 외국인의 구별처럼 들리고 자기네와 외국 학생들로 구분 짓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 international라는 말속에는 '국제적인'의 뜻 때문에 중립적 뉘앙스를 갖는다. Google로 빈도를 검색해 봐도 1:3 비율로 international students가 많이 쓰인다.
이처럼 어떤 호칭 때문에 상대와 전체 구성원간의 비호감 정서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자 정치권에서는 political correctness(PC)라는 의식이 상존한다. '회장님'하면 옛날에는 'Chairman'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회장 중에도 여성이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호칭 'Chairperson' 혹은 그냥 'chair'가 등장한 것이다. Policeman대신 police officer라고 부르는 것이나 mailman이나 mailwoman대신 mail carrier나 mail person, postal carrier, letter carrier이 등장하고 소방관도 처음에는 fireman이었다가 지금은 firefighter로 쓰인다. 남자 동성애자를 gay 여성동성애자를 lesbian라고 구별 짓기보다는 남녀 통틀어 homosexual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류'의 뜻으로 mankind를 사용하다가 지금은 humankind가 더 많아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비행기 승무원도 stewardess는 직업 구분에서나 쓰는 것이고 기내에서 면전 호칭이나 호출 시에는 Flight attendant나 Excuse me!처럼 불러야 센스 있고 매너 있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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