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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도쿄올림픽 유치의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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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도쿄올림픽 유치의 걸림돌

입력
2013.05.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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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의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이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지사의 이슬람 비하 발언 파문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노세 지사는 올림픽 유치 홍보를 위해 미국 뉴욕에 들렀다가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공유한 것은 알라신 뿐" "서로 싸움만 하고 계급도 존재한다"고 발언해 이슬람 국가의 공분을 샀다. 쏟아지는 비난에 난처해진 이노세 지사는 자신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 8월 부지사 시절에도 경쟁 도시들을 겨냥해 "마드리드는 유럽 위기, 이스탄불은 시리아 내전 등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그런 사실이 이번에 다시 알려지면서 사태가 쉽게 가라 앉지 않고 있다.

불똥은 중동을 순방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도 튀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3일 터키를 방문한 아베 총리에게 "터키를 위해 일본이 올림픽 유치 신청을 철회해달라"면서 "이 말을 도쿄도지사에게 꼭 전해달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져 아베 총리에게 외교적 굴욕을 안겼다.

일본 사회는 그 동안 경제적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올림픽 유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2011년 3월 11일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침울한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로 삼겠다며 2020년 올림픽 유치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쿄 주민의 70% 이상이 올림픽 유치에 찬성했다. 이는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면서 여러 차례 실시한 여론 조사 중 가장 높은 찬성 비율이었다. 올림픽 유치 활동에 재를 뿌리려 한다며 일본 사회가 이노세 지사의 인종 비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그처럼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올림픽 유치에는 이노세 지사의 발언보다 더 큰 걸림돌이 있다. 도쿄 한복판에서 연일 계속되는 심각한 인종 비하 시위가 그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국수주의자를 일컫는 넷우익의 대표 단체인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은 한인 상가 밀집 지역인 신오쿠보 등에서 반한 시위를 하면서 "한국인은 바퀴벌레, 한국인을 죽여라"라는 섬뜩한 표현을 마구 뱉어내고 있다. 최근 오사카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한국인 여자를 강간해도 좋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범죄행위에 준하는 발언이지만 처벌을 받은 사례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시위가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정례화했고 시위 참가자의 상당수가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반한 자료를 얻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로 미뤄 시위에 배후가 있다고 의심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소문이 확산되면 일본으로서도 반가울 리가 없다. 한국 정부도 외교 루트를 통해 이들의 시위를 수 차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 정부는 민간 차원의 단순 시위라는 이유로 물리적 충돌만 일어나지 않으면 별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올림픽 유치는 이웃 한국으로서 반길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인을 바퀴벌레로 취급하는 시위를 용인하는 일본을 편들 수는 없다. 이노세 지사의 설화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한국의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반한 시위를 눈감아 주는 일본은 올림픽 유치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해외 주요 언론에 보냈다.

올림픽 유치에는 일본의 넷우익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반한 시위가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노세 지사에게 향했던 비판의 화살이 서서히 넷우익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선택은 그들에게 넘어갔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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