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의 정권교체가 기대되는 말레이시아에서 5일 제 13대 총선 투표가 실시됐다. 개표 결과 각지에서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는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마감됐으며 이후 진행된 개표에서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여 밤 늦도록 확실한 결과가 안나오는 지역이 속출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원 222명과 전국 12개주 주의회 의원 505명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야권 3당 동맹인 국민연합(PR)이 독립 이후 줄곧 집권해온 국민전선(BN)에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BN은 말레이시아가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56년간 집권해왔다.
선거 사흘 전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PR은 42%의 정당지지율로 BN(41%)을 근소하게 앞섰다. 예상 의석도 PR 89석, BN 85석, 군소정당 2석이었다. 그러나 승패 예측이 어려운 접전 의석이 46석에 이르러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BN의 나집 라작 총리는 경제발전과 사회안정 성과를 내세우며 “PR의 급진적 개혁 공약이 민족 갈등을 촉발하고 경제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BN의 점진적 개혁만이 말레이시아를 선진국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맞서 PR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는 “BN의 장기 집권에서 비롯된 정경유착과 부패가 국가 발전을 막고 있다”며 “부패 청산과 민주 개혁을 통해 성숙한 민주국가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선거 직전 “오직 부정만이 야당의 선거 승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선거는 야당 지도자로 변신한 안와르 전 부총리의 마지막 승부수로도 주목 받아왔다. 안와르는 1998년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마하티르 총리를 상대로 정실주의와 부패상을 비난해 6년간 복역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후 야당 지도자로 변신해 2008년 총선에서 BN의 3분의 2 의석을 무너뜨렸다.
이번 총선에는 총 1,330만명의 유권자가 등록했으며 약 20%인 260여만명이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됐다. 급증한 젊은 유권자들은 PR의 핵심 지지층이다.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중국계 유권자도 집권당의 말레이계 우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가 인종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 운동 막바지에는 선거 관련 폭력 사건이 하루 100건 이상 발생하고 부정선거 논란도 뜨거웠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중복투표 등 부정 방지를 위해 도입한 ‘지워지지 않는 잉크’가 군경의 사전투표에서 쉽게 지워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야권은 또 “총리실이 보르네오섬의 ‘의심스런 사람들’ 4만여명을 전세기로 쿠알라룸푸르로 실어 나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총선 이후에도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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