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을 물가에 연동시켜 매년 혹은 일정 기간별로 조금씩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급격한 담뱃값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이르면 연내 500~600원 가량 담뱃값이 인상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담배 규제 제도화 방안 연구'를 용역 발주했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에는 ▲담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 및 부담금 개편 ▲담뱃불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저(低)발화성담배 도입 의무화 ▦'전자담배'를 담배로 인정하도록 관련 법 개정 등의 방안이 담겨 있다.
권준호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장은 "현재 담배 규제 정책에 대한 여러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정부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달 용역을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담뱃값 2,000원 인상안'과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발의한 '담뱃값 물가연동제 도입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는 급격한 담뱃값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물가연동제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가 구상 중인 담뱃값 물가연동제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기금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으로 구성된 담배 관련 세금을 국세와 지방세로 재편하고 과세기준을 현행 종량세에서 종가세(판매가격에 연동되는 세금)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담배소비세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경우 점진적인 담뱃값 인상이 가능하며 지방세수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담뱃값 인상 때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소모적 논쟁과 복잡한 입법절차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물가연동제를 채택하면 담뱃값 상승폭이 매년 10원 단위로 정해질 수 있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격 변화가 거의 없어 금연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정부는 우선 최근 8년 간의 물가상승률을 한꺼번에 반영하고,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부터 담뱃값을 물가에 연동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2005~201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매년 2.2~4.7%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초 인상분은 500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7월께 용역결과가 나오면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한 뒤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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