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교수 니얼 퍼거슨 주장 논란
“케인스의 이론은 결함투성이다. 그는 동성애자여서 자녀가 없었고 그래서 미래 세대에 관심이 없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49)이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를 공개석상에서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퍼거슨은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칼스배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특별 강연자로 나서 케인스 이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케인스 이론이 동성애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경제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퍼거슨은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을 예로 들며 “버크는 아이가 많아 장기적으로 내다봤지만, 동성애자로 아이가 없던 케인스는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에 이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높았던 케인스의 이론을 비꼰 것이다. 케인스는 1925년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나 리디아 로포코바와 결혼했지만 아내가 유산하는 바람에 아이가 없었다.
경제 전문잡지 파이낸셜어드바이저의 편집장 톰 코스티겐은 “퍼거슨의 발언은 동성애자는 미래에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며 “그의 궤변으로 회의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고 말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경험한 케인스는 경기 불황기에는 정부가 공공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경제학 이론으로 주목받았다. 케인스 이론은 1970년대 신자유주의의 성장으로 시들해졌지만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재조명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퍼거슨은 4일 자신의 웹사이트 등에 “내가 케인스의 경제철학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 그의 성 정체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 “나의 발언은 멍청하고 무신경했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인 퍼거슨은 시장자유와 작은 정부를 주창해왔다. 그는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기고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논쟁을 벌였다. 그의 저서 (2011년)은 서구 제국주의를 옹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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